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에서 현장 비대위 회의를 열고 “가덕도 공항 건설을 적극 지지한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오는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지역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를 두고 엇박자를 내던 당내 상황 등을 정리해 부산 표심의 이탈을 막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부산 수영구에 있는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오늘 국민의힘이 새로운 미래비전을 담아 대한민국의 성장엔진 부산이 다시 날아 오를수 있도록 하는 ‘뉴 부산 비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자 한다”며 “국민의힘은 가덕도 공항 건설을 적극 지지하며 가덕도 공항 건설 특별법이 여야 합의하에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당내에서
부산 지역 의원들과 티케이(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를 놓고 엇갈린 입장을 보여왔으나 김 위원장이 ‘적극 찬성’ 입장을 밝히며 상황 정리에 나선 것이다. 또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신속 건설을 위한 특별법 처리를 약속하며 부산 표심을 잡으려는 시도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다.
김 위원장은 “가덕도 공항 건설은 막대한 고용효과와 경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부산 재도약의 계기가 될 세계 엑스포 유치와 연계된 신공항 건설이 차질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의장에는 ‘가장 멋진 생각은 부산에서’라는 펼침막도 걸렸다. 김 위원장은 이후 가덕도 대항전망대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덕도 공항을 하는걸로 국민의힘이 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더이상 다른 얘기를 할 필요 없다”며 당내 이견에 쐐기를 박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대적인 ‘부산 맞춤형 지원 정책’을 제시했다. 내용을 보면, △가덕도-일본 규슈 한-일 해저터널 건설 검토 △스마트 물류체계 완성 △남북내륙철도 가덕도까지 연결 △부산신항-김해 간 고속도로, 해운대 고속도로 건설 추진 △2030년 세계 박람회 유치 △해외 명문대 유치, 세계적 수준 영상콘텐츠 제작도시로 발전 △부산경제금융특구 제정을 위한 특별법 추진 등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부산 비전을 더욱 구체화해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 공약으로 발표하겠다”며 “능력있는 후보를 검증해 부산을 세계 최고 해양도시로 키울 역량있는 미래 후보를 시민들께 내놓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가덕도 신공항 찬성 입장과 부산 정책을 동시에 내놓으며 ‘반격’에 나선 데에는 최근 민주당의 부산 지역 지지율 회복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한달 새 두 차례나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약속하며 부산 표심 관리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가 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의 성추문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인 만큼 판세가 유리하다고 보았지만 최근엔 후보 간 경쟁 과열, ‘지도부 부산 홀대론’ 주장 등 내분 양상이 맞물리며 위기감이 표출됐다.
이 때문에 이날 회의에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앞세워 지지율 회복에 나선 민주당에 대한 공세적 발언도 나왔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정부 출범 뒤 3년 동안 뚜렷한 대책 없이 질질 끌고오던 가덕도 공항 건설 사안을 보궐선거를 불과 몇 달 앞둔 상황에서 부랴부랴 꺼내든 민주당은 진정성이 결여된 선거 공학적 접근을 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한 보궐선거에는 후보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던 내용을 뻔뻔스럽게 뒤집고 공천을 준비하는 민주당 모습은 가히 후안무치를 넘어 철면피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김 위원장이 풀어놓은 ‘공약 보따리’에 부산 지역 후보들은 신공항 건설의 적임자를 자임하며 경쟁적으로 화답했다. 박형준 후보는 “가덕 공항이 민주당 공항, 정치 공항이 되면 실패한다”며 “부산시장 자리를 반드시 국민의힘이 가져오고 그 힘으로 가덕공항을 부산 발전과 남북권 전체 발전 기폭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후보는 페이스북에 “우리 당이 가덕신공항 문제에 미온적이라는 오해가 있었는데 김 위원장께서 당의 일치된 목소리라는 취지를 밝혀주셨다”며 “문재인 정권이 선거 이후 소극적 태도로 돌변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목숨걸고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이 공언한대로 ‘가덕도 공항 건설 찬성’ 쪽으로 당내 의견이 모아질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8일 대구·경북 지역 의원 24명은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밀양 신공항 특별법안(가칭)’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가덕도 특별법 처리를 두고 “
악선례가 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해 온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 참석을 이유로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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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앞세워 부산 잡으려는 민주당…‘딜레마’ 빠진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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