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과 관련해 청와대와의 교감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면론 교감설’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 대표 쪽의 관측이 엇갈리면서 ‘당·청 균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당사자인 이 대표가 나서 논란을 진화한 것이다.
3일 오후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사면론에 대해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면론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선 “코로나 위기라는 국난을 극복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면서 경제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선 국민의 모아진 힘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국민통합을 열어야 한다는 충정을 말씀드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집권당 대표로서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에 문재인 대통령과 사전 논의 없이 독자적으로 사면론을 꺼낸 것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정치 또한 반목과 대결의 진영정치 뛰어넘어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 가야 한다. 그러한 저의 충정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통합의 방법이 꼭 사면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사면도) 그중에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 대표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 든 뒤 당 안팎에서는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 여부를 두고 서로다른 관측이 오갔다. 여당 대표와 대통령의 교감 여부는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인 만큼, 당내에선 “사면을 대통령과 교감 없이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과 “문 대통령이 교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는 견해가 맞섰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부분 ‘금시초문’이라는 분위기였다. 사면론을 꺼낸 당사자였던 이 대표로선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책임할 뿐 아니라, 사면론의 부담이 문 대통령에게 돌아갈 경우 자신의 차기주자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이틀만에 논란을 직접 진화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왜 대통령에 부담 주느냐?” 거센 반발에 차기 입지 ‘흔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사전에 교감까지 됐겠냐. 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나는 모른다. (하지만) 사전교감했을 리는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할 말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안에선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여당 대표가 ‘승부수 던지 듯’ 공론화해버리면, 그 부담은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낙연 대표 주변 얘기는 또 달랐다. 평소 말 한마디한마디에 신경쓰는 이 대표의 스타일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 문제를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꺼냈을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은 “상식적으로 이 대표가 혼자 뭘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청와대랑 조율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끝나면 (사면에 대한) 청와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당이 (미리) 일정 정도의 부담을 떠안아주겠다는 취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과 미리 얘기했다고 본다. 이 대표가 신년 인터뷰에서 사면론을 꺼낸 건 본격적인 공론화에 앞서 여론을 미리 떠보려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두 대통령 사면은 문재인·이낙연의 공동 운명” 주장도
사전 교감 여부를 떠나, 전직 대통령 사면에 관한 한 문 대통령과 이 대표가 ‘같은 운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문재인 청와대’의 첫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민주당 홍보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전직 대통령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피할 수 없는 정치적 운명이며, 민주당과 이낙연 대표의 운명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대통령의 짐으로 떠넘길 수 없다. 대통령의 짐을 덜어드려야 한다. 그래서 당과 대표의 운명이기도 하다”라고 썼다. 사면은 대통령이든 여당대표든 반드시 거론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였던 만큼, 이 대표나 문 대통령 스스로 밝히기 어려운 ‘사전 교감’ 여부를 따지지 말고, ‘정치적 현실’로 받아들여 공론화에 나서자는 얘기다.
정환봉 서영지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