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둘러싼 ‘대통령 사전교감설’과 관련해, 사면론을 제기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 쪽과 청와대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사전교감같은 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지만, 이 대표 쪽은 “이낙연 스타일상 대통령과 사전 논의 없이 혼자서 일을 벌였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여당 대표의 ‘승부수’에 대해 중도층의 호응은 크지 않고, 여당 지지층의 반발만 거세게 일자, 이 대표 쪽은 물론, 청와대도 곤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사전에 교감까지 됐겠냐. 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나는 모른다. (하지만) 사전교감했을 리는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할 말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안에선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여당 대표가 ‘승부수 던지 듯’ 공론화해버리면, 그 부담은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낙연 대표 주변 얘기는 또 달랐다. 평소 말 한마디한마디에 신경쓰는 이 대표의 스타일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 문제를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꺼냈을리는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은 “상식적으로 이 대표가 혼자 뭘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청와대랑 조율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끝나면 (사면에 대한) 청와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당이 (미리) 일정 정도의 부담을 떠안아주겠다는 취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과 미리 얘기했다고 본다. 이 대표가 신년 인터뷰에서 사면론을 꺼낸 건 본격적인 공론화에 앞서 여론을 미리 떠보려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와 사전교감 여부에 대해 “그런 일 없었다”고 짧게 답했다.
사전 교감 여부를 떠나, 전직 대통령 사면에 관한 한 문 대통령과 이 대표가 ‘같은 운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문재인 청와대’의 첫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민주당 홍보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전직 대통령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피할 수 없는 정치적 운명이며, 민주당과 이낙연 대표의 운명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대통령의 짐으로 떠넘길 수 없다. 대통령의 짐을 덜어드려야 한다. 그래서 당과 대표의 운명이기도 하다”라고 썼다. 사면은 대통령이든 여당대표든 반드시 거론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였던 만큼, 이 대표나 문 대통령 스스로 밝히기 어려운 ‘사전 교감’ 여부를 따지지 말고, ‘정치적 현실’로 받아들여 공론화에 나서자는 얘기다.
서영지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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