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0일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한정애 국회의원을 내정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새 환경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자 3선 국회의원인 한정애 의원(서울 강서병)을 내정했다. 여권의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뛰어난 중재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영국 유학 마치고 귀국해 노조활동
그의 환경부 장관 발탁엔 지난 20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지내고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를 맡은 이력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965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난 한 후보자는 부산 해운대여고와 부산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일하다 유학을 떠나 영국 노팅엄대에서 산업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공단 노조위원장을 맡아 노동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뒤 2011년부터는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을 지냈다. 노동계 출신이라는 이력 탓에 그가 고용노동부가 아닌 환경부 장관에 지명된 데 대해선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그는 20대 총선에서는 신설된 서울 강서병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한 내정자의 의정활동은 노동이 중심이었다. 20대 국회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2018년 겨울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뒤에는 ‘김용균법’ 통과에 힘 쓰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한 후보자는 노동운동가 출신이지만 노동 입법과 관련한 주요 국면마다 개혁성보다는 정부 정책의 안정성을 추구해온 온건파”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에도 그는 법 체계와 입법 실효성을 고려할 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보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 후보자는 환노위원으로 활동하며 환경과 동물복지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동물복지국회포럼 회원으로 20대 국회에서 동물보호법·실험동물보호법 개정 등 동물복지 관련 법안 여러 건을 발의하고 동물단체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다. 2017년에는 동물단체와 함께 국회 안에 길고양이집을 만들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전환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도 국회 직원들과 함께 국회 안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가덕도 신공항법 대표발의…환경단체 우려도
하지만 환경단체 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후보자는 2016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논란 당시 국회환경노동위원회 간사였지만 미온적 대응으로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은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 국회기후변화포럼 대표의원을 맡았지만, 지난해 11월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대표 발의해 환경단체들의 입길에 올랐다. 당시 환경단체 쪽에선 비행기가 내뿜는 온실가스가 기후위기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는데 신공항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것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환경단체 활동가는
“한 의원이 장관이 되면 신공항의 환경영향평가를 직접 진행하는 모순적 상황이 생긴다”고 했다.
이지혜 최우리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