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7일 오후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관련 브리핑을 위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청와대는 27일 어업지도원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한 공동조사를 북한에 공식 요청하면서, 이런 결정이 내려진 회의의 주재자가 문재인 대통령임을 분명히 밝혔다. 야당이 사건 직후 청와대의 상황 판단과 의사 결정 과정을 집요하게 문제삼으면서 ‘대통령 실종’까지 언급하자, 더 이상 무대 뒤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북쪽이 대통령까지 나선 공동조사 요구를 쉽게 거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실종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총격을 당해 사망한 지 4일 만이다. 이날 문 대통령 주재 회의 뒤 나온 메시지는 지난 25일 북한 통일전선부를 통해 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한 답변의 성격이 강하다.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 발언이 담긴 통일전선부 통지문에 대한 청와대의 첫번째 공식 반응인 셈이다.
메시지의 핵심 요구 사항은 ‘공동조사’다. 청와대·정부에 대한 불신과 악화된 대북감정을 고려한 결정이다. 그러면서도 공동조사단을 꾸리자는 식으로 조사 자체를 급박하게 채근하지는 않았다. 각자의 수역에서 주검 수색에 나서되 수색 상황과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군 통신선을 복구해 정보를 교환하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야당과 보수진영에서 ‘대통령의 행적’을 문제삼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23일 새벽 1시에 실종 공무원과 관련해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면서도 문 대통령에겐 다음날 오전 8시30분에야 대면보고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야권과 보수진영에선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빗대 문 대통령을 공격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는 이날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모양새가 됐다. 최고 통치자를 앞세워 북한에 공동조사와 이를 위한 군사통신선 복구를 요청했는데, 북한이 이를 거부한다면 정치적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사전 교감은 아니더라도, 자체 검토 결과 북한이 이를 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미안하다고 공식 사과를 했는데,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 요청을 못 받을 이유가 뭐가 있을까 싶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공동조사가 이뤄지더라도 각자가 조사한 내용을 서면이나 통신으로 교환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앞서 김 위원장이 청와대 앞으로 보낸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 과정에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의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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