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본래 28일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대북규탄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제안했던 더불어민주당이 결의안 처리에 앞서 긴급현안질문을 열자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군 당국과 청와대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고자 하는 야당의 공격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를 28일 열어 긴급현안질문을 개최하자고 27일 민주당에 촉구했다. 긴급현안질문은 국회 본회의장에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장관을 불러 특정 사안에 관해 묻고 답하는 것으로, 상임위원회에서 이뤄지는 현안질문보다 여론의 주목도가 높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긴급현안질문 없이 규탄결의안만 채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청와대 앞 1인시위 뒤 취재진에게 “우리 당이 요구하는 긴급현안질문을 민주당이 받지 않는 것은 진실을 은폐하고 묵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긴급현안질문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추석 밥상용’으로 사건을 정쟁화하려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긴급현안질문을 하려면 국회의장이 운영위원회와 협의하거나 본회의 표결에 부쳐 정할 수 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여러 상임위에서 (현안질문이) 진행됐는데 또다시 여야가 정쟁의 장을 본회의장에서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국방부·청와대·북한의 발표 내용에 차이가 있어서 (상임위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조금 더) 정확히 파악한 뒤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해나갈지를 국정감사에서 총론적으로 다루는 게 낫다. (현안질문은) 좀 빠르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북규탄결의안을 먼저 처리하자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김 원내수석은 “대북규탄결의안을 먼저 채택하고 현안질문 문제를 뒤이어 논의하자고 제안했는데, 국민의힘이 ‘현안질문 안 하면 결의안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논의가 중단됐다”며 “과거 북한의 대응과 비교해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신속히 두번 사과했다. 이런 상황을 잘 반영해서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의안 내용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충분히 이야기할 생각이다. 명확히 입장을 표현하는 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해야 할 일이고 진행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현안질문보다는 규탄결의안 채택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긴급 의원총회에서 “남북 공동조사위를 구성하여 사건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우리 국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발포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며 “이를 협의하기 위해 남북 고위급 접촉이 조속히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조사 등 이상의 대북 조치와 별개로, 국회는 주초에 전체회의를 열어 대북규탄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각 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장혜영 원내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상임위를 통해 사실관계를 다루었고, 당장 현안질문을 한다고 해서 새로운 내용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원철 장나래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