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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청, 남북관계 개선 뜻 담긴 친서 공개…‘의도치않은 참변’ 부각

등록 2020-09-25 20:40수정 2020-09-26 02:36

남북 정상 친서내용 전격 공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남북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남북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외교적인 ‘금기’에 가까운 정상 간 친서 공개까지 하고 나선 것은 어업지도원 피살 사건으로 격앙된 여론을 달래고 상황 악화를 막고자 하는 바람이 깔려 있다. 야당이 ‘정부 무대응’을 공세 포인트로 삼고 ‘대통령의 침묵’을 정치쟁점화하는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친서는 북한 통일전선부가 국가정보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를 전후해 남북 간 핫라인을 모두 끊었다고 밝힌 상황에서도 ‘통전부-국정원’ 라인은 살려둔 셈이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주고받은 친서 내용도 있는 그대로 모두 국민들에게 알려드리도록 지시했다”며 지난 8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 전문과 12일 받은 답신을 공개했다. 서 실장은 오후 2시 북한의 통지문 기자회견을 한 뒤 두시간 만에 다시 기자실을 찾아 전문을 모두 읽었다. 청와대는 애초 친서 내용을 27일께 공개하려 했으나, 시기를 앞당겨 이날 전문을 공개했다. 이번 사건이 남북 정상이 관계 모색을 하는 큰 흐름 속에 의도하지 않게 벌어진 일이란 점을 부각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남북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은 3월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두 정상은 친서에서 코로나19와 수해 극복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로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러운 악전고투 상황에서 집중호우, 수차례 태풍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에게 큰 시련의 시기”라며 김 위원장의 재난 현장 방문에 공감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 넘치는 진심 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며 “악성 비루스(코로나19) 확산과 연이어 태풍을 접하고 누구도 대신 감당해줄 수 없는 힘겨운 대전들을 이겨내는 대통령의 노고를 생각해보게 됐다”고 화답했다.

남북관계 개선 의지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8천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친서와 관련해 “비록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긴 했지만 서로의 소통, 신뢰가 물밑에서 있었던 것”이라며 “두 정상이 경색된 남북 대화와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서 교환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남북관계 회복을 점치는 것은 무리라는 진단도 만만찮다. 주검 공동수색이나 월경에서 총격 사망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신뢰할 만한 구체적 조사 결과를 내놓는 등 추가적인 성의를 보이지 않고선 정상 간 소통 노력이 한국 사회 내부의 공감대는 물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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