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왼쪽)이 24일 국방부 청사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 실종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욱 국방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연평도 실종 공무원이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사실이 공개되자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면서도 사실확인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야권은 대북정책이 환상에 빠져 있었다는 증거라며 정부·여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후 1시20분 박재민 국방부 차관,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이영철 국방부 정보본부장 등으로부터 구체적 경위 등을 보고받았다. 비공개 보고 뒤 브리핑을 통해 “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에게 의도적인 총격을 가한 뒤 주검을 불태운 북한군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만행이며 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남북 정상 간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기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며 “북한의 이런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이날 공개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여권에선 이미 전날부터 상황 파악과 대응 마련을 위해 물밑에서 긴박한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었다.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과 민홍철 국방위원장 등은 전날 관계부처로부터 구두보고 등을 받았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전해철 정보위원장에게 전날 오전 직접 전화를 걸어 관련 사항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 피격당했던 사실을 가리키며 ‘제2의 박왕자 사건’으로 규정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북한의 야만적 행태에 커다란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그동안 홍보한 핫라인 등 소통채널은 허구였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북한은 박왕자씨 사건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한 것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운운한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시점을 고려해 정부가 북한에 대한 조처나 언론 발표를 미룬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우리 국민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정치적 이득을 위해 무책임한 말을 해도 되느냐. 청와대는 언제 인지했는지, 회의를 열어 조치를 취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긴급 성명을 내어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살하고 시신까지 불태우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는데도 우리 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우리 국민의 비극을 손 놓고 방관만 하고 있었다고 한다”며 “국민을 지킬 의지가 없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진상을 정확히 파악한 뒤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며 “책임자는 북한이 될 수도 있고 관계당국 관계자가 될 수도 있다. 사안이 복잡하지만 정부는 진상을 국민에게 정확히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지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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