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개천절 집회 개최에 대해 “교통과 방역에 방해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의 권리 아니겠나”고 연일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성일종 비대위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방역에 큰 방해가 안 된다고 한다면 그 분들이 의견 표출하는 것까지 어떻게 제한할 수 있겠냐. 집회하고 드라이브 스루는 차원이 다르지 않냐”고 밝혔는데요.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빌미를 줬다는 비판을 받고도 당 지도부가 또다시 ‘남 얘기’하듯 집회 개최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심지어 사실상 독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 원내대표가 이야기하는 ‘그 사람들’, 성 비대위원이 언급한 ‘그 분들’은 정말 국민의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걸까요. 드라이브 스루 집회 개최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들은 현역 당협위원장들입니다. 김진태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만약 이것(드라이브 스루 집회)도 금지한다면 코미디다. 내 차 안에 나 혼자 있는데 코로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고, 민경욱 전 의원도 “전 세계적으로도 드라이브 스루를 막는 독재국가는 없다. 차도 코로나에 걸리냐”고 연일 제안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비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의원은 “국민의힘은 더는 극우세력과 결별할 마음이 없음이 확실해졌다”고 했고, 이원욱 의원도 “‘전광훈식 집단광기’가 여전히 유령처럼 광화문을 떠돌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옵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차 안에서 집회하는 게 지켜진다면 모르겠으나 차 타고 모인 분이 카페나 식당에 모이고 하면 감당이 안 된다. 보수에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의사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도 ‘이번엔 제발 정부와 여당에 빌미를 주지 말아달라. 확실히 선 그어달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집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낸다면, 극우와 결별하고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한 재선 의원은 “애매하게 두둔하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오해 받을 수 있으니 당무감사에서 과감히 집회 참석자를 쳐내겠다는 의지라도 집회 전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도 “집회에 참여하는 당협위원장과 당원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책임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라도 해야 한다. 극우와 결별하지 않으면 국민의당은 미래가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과연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당 쇄신 방향에 걸맞은 ‘극우와의 완전한 결별’이 가능할지, 광복절 집회 모습을 되풀이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