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 19 예방을 위한 방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72년 역사의 국회 모습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회가 문을 닫은 것은 벌써 올해 들어 세 번째입니다. 두번째 셧다운 조처를 마친 지 나흘 만인 지난 3일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일정을 미루고 국회 문을 닫았습니다. 문제는 국회의원과 보좌진만 3000여명에 공무원 1900여명, 공무직 또는 용역업체 노동자, 당직자, 기자 등을 포함하면 상주 인원만 수천명에 달해 이러한 상황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어, 앞으로의 국회 일정에도 차질을 미칠 수밖에 없는 건데요. 이런 탓에 ‘원격투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국외에서도 비대면 회의와 원격표결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특히 올해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봉쇄 조처를 시행했던 영국 하원의 경우, 본회의장 출석 인원을 전체 하원의원 650명 중 50명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 의원들은 원격표결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하원에서도 의회 역사상 최초로 한 의원이 최대 10명의 의원을 대리해 투표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프랑스·독일·스페인 의회 등에서도 원격표결을 시행했습니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원격으로 출석해, 표결 처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국회법 110·111조를 보면, 국회의장은 표결할 안건의 제목을 의장석에서 선포하여야 하며, 의원은 회의장에 있지 않으면 표결에 참여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원격표결을 허용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하는 법안을 잇따라 내며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오후 국회에서 두 번째 확진자가 나오자, 방호요원들이 본청 2층을 폐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회법의 상위법인 헌법에 따르면 본회의 ‘출석’은 본회의장의 출석을 의미하기 때문에 위헌성 여부가 문제가 된다”며 “미국 하원도 여야가 합의한 안건에 한해서만 원격표결을 하는 등 국외에서도 신중하게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내세우는 법적인 명분 이면엔 176석 슈퍼여당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주 원내대표도 “여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는 데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격으로 본회의·상임위원회 표결이 이뤄진다면 여당 견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윤희숙 5분 발언’ 처럼 현재 국민의힘의 유일한 ‘원내투쟁’조차 동력이 꺾일 수밖에 없어섭니다. 민주당이 부동산 3법 등 쟁점 법안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킨 것 역시 국민의힘의 의구심을 키웠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언제든 세 번째,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도 무작정 반대만 하기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습니다. 또다시 예상치 못한 국회 폐쇄로 민생법안 처리가 늦춰진다면 비대면 표결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에 비난의 화살이 향할 수 있습니다. 비쟁점 민생법안으로 표결 법안을 국한하거나, 본회의보다 상임위에 우선적으로 도입하는 등 여야가 좀더 정교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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