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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다소 마음에 안 들더라도”…오늘부터 ‘국민의힘’이라 불러줘

등록 2020-09-02 16:44수정 2020-09-02 18:54

정치BAR_장나래의 국회TMI
미래통합당이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교체하기로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페이스북 계정 프로필 사진에 올라 있는 새 당명 '국민의힘'.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교체하기로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페이스북 계정 프로필 사진에 올라 있는 새 당명 '국민의힘'. 연합뉴스

“당명에 대해 이러고 저러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처음 들으면 생소하고 잘 부르기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만약 여기서 균열이 생겨서 ‘그러면 그렇지. 저 당이 그럴 수 있겠냐’는 소리를 절대 들으면 안 된다. 다소 마음에 안 들더라도 동의해주길 간절히 부탁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막판 읍소 전략 덕인지, 미래통합당은 2일 마지막 관문인 전국위원회를 거쳐 ‘국민의힘’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데 성공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당내 평가는 엇갈립니다. 한 중진 의원은 “선거에 아주 좋은 이름이다. ‘국민의힘’으로 정권을 탈환해올 수 있을 거 같다”고 높게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김태흠 의원은 공개적으로 “당명은 당이 추구하는 가치, 이념, 비전을 담고 있어야 하는데 포괄적이고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대출 의원도 “‘줏대없는 정당’ 소리 들을까 두렵다”고 밝히는 등 보수의 주요 가치인 ‘자유’와 ‘한국’, ‘공화’ 등이 빠진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의원들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그간 보수정당 당명으로는 사용되지 않던 ‘국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점과 ‘당’자가 빠진 점 등에서 생소하지만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더 우세한 분위기입니다. 국민의힘 홍보국은 전국위가 끝난 뒤 영어(피플 파워 파티), 중국어(궈어민리이량), 일본어(고쿠민노 치카라) 당명도 내놨습니다.

미래통합당 김수민 홍보본부장(왼쪽)과 김은혜 대변인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새로운 당명 '국민의힘' 개정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수민 홍보본부장(왼쪽)과 김은혜 대변인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새로운 당명 '국민의힘' 개정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흥행몰이에도 성공한 모습입니다. 여권에서 ‘국민의짐’, ‘전광훈의힘’ 아니냐는 조롱이 나오기도 했지만,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당명 변경 관련 이벤트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여러 가지 버전의 패러디가 나온 덕분에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는 자평이 나옵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당’과 명칭이 유사해 향후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는데요, 국민의당은 “우리 당처럼 중도정당, 실용정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평가한다. 중도 코스프레가 아니길 바란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의 힘’은 내가 초대 공동대표를 맡았던 단체다. 도용하지 말라”고 주장하면서 소유권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정식으로 선관위에 등록된 이름이 아니어서 소유권을 다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정 의원은 지난 2003년 언론개혁 운동을 벌이며 ‘국민의힘’이라는 시민단체의 초대 공동대표를 맡은 바 있습니다. 보수 정당이 이름을 바꾼 건 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출범한 이래 △1995년 신한국당 △1997년 한나라당 △2012년 새누리당 △2017년 자유한국당 △2020년 미래통합당을 거쳐 이번이 7번째입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는 벌써 3번째 간판 교체입니다. 지난 2월 개명한 ‘미래통합당’은 불과 반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보수정당 역사상 최단명이라는 기록까지 세우게 됐습니다.

“이름만 바꿨네” 이번 당명 개정 실무 작업을 추진했던 김수민 홍보본부장이 가장 듣기 두렵다고 밝힌 말입니다. 당명 교체와 당사 이전 등으로 외형적인 모습을 탈바꿈한 ‘김종인 비대위’의 100일 혁신이 겉치레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중도 실용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실질적인 쇄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4년 전 ‘국민의 힘’으로 몰락해 시련을 겪었던 정당이 이번에는 ‘국민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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