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여야 의원들은 19대에 비해 성소수자들의 권리 강화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적은 분야에 일정 비율 이상의 여성 기용을 의무화하는 여성할당제 도입에 대해서는 좀 더 부정적으로 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가 지난 5월18일~6월1일 진행한 ‘21대 국회의원 정치이념 및 정책 현안 인식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46점, 미래통합당은 4.30점을 기록했다. 선택지 중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를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0에, ‘가족 및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해악이므로 이를 절대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척도는 10에 가깝다. 2016년 20대 국회 개원을 맞아 벌인 정당학회·<중앙일보> 공동조사에선 민주당은 3.51, 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은 5.81이었다. 21대 통합당 의원들이 이번에 가장 많이 선택한 답변은 ‘성소수자 권리를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적으로 존중해야 한다’인 반면, 20대 새누리당 의원들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개인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사회적으로 관용해서는 안 된다’가 많았다.
구본상 충북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성소수자 문제는 전통적인 진보·보수 개념과는 답변 양상이 달랐다. 다른 문제에 진보적인 분들이 보수적으로 답하기도 하고, 반대도 많았다”며 “20대 국회 조사에서도 그런 양상이 관찰되었는데, 이번에 더욱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여성할당제 도입 여부엔 민주당, 통합당의 응답 평균치가 각각 3.36, 4.82였다. 4년 전 동일한 조사에서 민주당 평균치는 2.18, 새누리당은 3.76이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남성 응답자가 절대다수인 점이 중요해 보인다. 성별을 밝힌 민주당·통합당 응답자 171명 중 남성은 151명에 이르렀다. 여성할당제에 대해 민주당 여성, 남성 의원은 각각 1.90, 3.54로 나타나 전체 21개 문항 중 성별 차가 가장 컸다. 통합당도 여성(4.17), 남성(5.0)의 차이가 0.83으로 세번째로 컸다. 다른 문항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답변이 통합당에서 나왔지만, 이 질문에선 민주당 두 남성 의원이 가장 보수적인 답변(‘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을 선택한 점도 눈에 띄었다. 또한 최근 등장한 여러 페미니즘 의제 가운데 주로 성범죄 이슈에 관심이 쏠리면서 여성할당제 이슈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분위기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당학회·<한겨레> 공동 주관 21대 국회의원 가치관 및 정책 입장 조사 연구진: ◇연구책임자 강신구 아주대 교수(한국정당학회 총무이사) ◇공동연구원 구본상 충북대 교수, 강우창 고려대 교수,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 장승진 국민대 교수, 정진웅 단국대 교수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