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초선모임에서 강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정치의 목표는 물질적 자유의 극대화”라며 소득지원 정책 추진을 공식화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관련 논의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아침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선 의원 공부 모임에 강연자로 나서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는 자유인데, 법 앞의 평등 같은 형식적 자유는 의미가 없다”며 “최종적으로 물질적 자유를 어떻게 극대화시키느냐가 정치의 기본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22년) 대선에서도 약자를 어떻게 보호했을 때 그 사람들이 물질적 자유를 만끽하게 해주느냐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배고픈 사람이 빵집을 지나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보고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냐”라며 “그런 가능성을 높여줘야 물질적 자유라는 것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수권정당을 목표로 한 ‘김종인 비대위’의 우선 과제가 기본소득 등 소득지원책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애초 기본소득 논의의 물꼬를 튼 것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었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민생경제 타격이 가시화되던 지난 3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이어 기획재정부는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는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설계했고, 4·15 총선을 앞두고 ‘전 국민 지급’을 약속했던 민주당이 이를 관철했다. 때론 치열한 논쟁을 거쳤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여당이 역할을 분담해 재난기본소득 논의를 진전시켜온 셈이다.
그러나 활발한 정치권 논의에도 불구하고 정책화 단계까지는 걸림돌이 많다. 무엇보다 소요 재원이 문제다. 전 국민에게 1회 100만원을 지급하는 데만 50여조원이 드는데, ‘슈퍼 예산’으로 평가된 올해 예산(512조원)의 10%에 이른다. 보편적 증세와 대규모 지출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은 사례가 많지 않다”며 “상당한 기간 동안 토론을 먼저 한 이후에 본격적인 고민을 해볼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김종인 위원장도 “공감대가 있는 것과 가능하게 하는 재원 확보는 별개 문제”라며 “지금 엄격하게 검토를 할 수 있는 상황이지 함부로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수위를 조절했다.
일각에선 ‘청년기본소득’이 우선 검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4·15 총선 당시 코로나 사태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대학생들에게 1인당 100만원씩 특별재난장학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김현아 통합당 비대위원은 이날 <한국방송> 라디오에서 “김 위원장이 대학생과 대학원생만 (재난장학금을) 주면 대학에 안 간 청년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논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청년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은 답변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종인 비대위가 기본소득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통합당 내부를 설득하고, 서울·경기 등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청년수당을 넘어서는 선명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짚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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