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웅(가운데줄 오른쪽부터), 유상범, 김병욱 당선인 등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2020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합동토론회에서 주호영·이종배 조와 권영세·조해진 조의 답변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공부 모임과 개혁 모임, 소장파 개혁블럭 등 미래통합당 초·재선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모임’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4·15 총선에서 통합당이 ‘역대급 참패’를 당한 원인을 분석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소장파 역할을 자처해 당 개혁에 목소리를 낸다는 구상입니다.
김웅·김병욱·황보승희 당선자와 유의동 의원 등 초·재선 당선자들은 개원 전 첫 공부 모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은 4·15 총선 패배 원인 중 하나가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한 데 있다고 보고 주1회 공부를 통해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만들어내자는 복안에 따라 꾸려졌습니다. 경제·복지·안보 등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해 공부하고, 이후에는 분야별 소모임도 활성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아직 모임 명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10일 현재까지 모인 인원은 초·재선 당선자와 낙선자 등 모두 15명에 달합니다.
공부 모임의 목표는 ‘이게 보수정당에서 나온 대안이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정의당 등 다른 당 정책도 꼼꼼하게 검토할 방침인데, 그동안 보수정당에서 ‘현금살포 포퓰리즘’이라 비난해온 ‘기본소득’도 테이블에 올릴 것이라고 합니다. 김웅 당선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첫 모임에서 커리큘럼과 공부 주제 등을 확정할 계획이지만, 부동산과 세금 등 경제 문제 뿐 아니라 복지와 안보, 청년 등 각 분야를 총망라할 것이다. 기본소득도 이제는 필요성이 커진 만큼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청년 정책에도 방점을 둔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대학가에 커피숍 같은 공간을 마련해 공부 모임 장소로 활용하면서 청년들과의 교류를 위한 접점으로도 활용할 예정입니다. 한 초선 당선자는 “(공부 모임이) 당내에서는 가장 젊은 사람들의 모임이기는 하지만, 당 밖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긴밀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초·재선 중심의 통합당 개혁 모임도 조만간 출범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사라진 소장파 역할을 자처해, 수도권과 중도층 민심 잡기에 실패하고 ‘영남당’으로 전락한 통합당을 젊은 정당으로 개혁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초·재선 뿐 아니라, 당직자와 보좌진 등도 함께 구성할 계획입니다. 김성원 의원과 함께 좌장을 맡고 있는 이양수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초·재선 그룹이 중도와 개혁, 실용의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3선인 하태경 의원도 당내 개혁 인사를 모으는 ‘소장파 개혁블럭’ 조성에 나섰습니다.
16대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미래연대’에서 17대 새정치수요모임, 18대 민본21로 이어온 보수 진영 소장파 명맥은 19·20대 국회에 들어 그룹 형성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1대 국회를 앞두고 다시 명맥 살리기에 나선 소장파 운동, 당내 세력화에 그치지 않고 당을 중도보수로 이끌 수 있는 진짜 개혁의 길이 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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