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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전국민 고용보험’ 운 뗀 청와대, 파급력 커 여론 살필 듯

등록 2020-05-03 22:08수정 2020-05-04 02:41

[코로나 실업 계기 ‘안전망’ 논의]
강기정 수석 “건강보험처럼
전국민 고용보험 과제” 꺼내
이인영 “고용보험법 꼭 개정”
기재부 차관도 개선 필요성 언급

노동자 절반 1352만명만 가입
사각지대 안전망 확충 필요 커
전문가 “방치땐 국가재정 더 들어”

21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 뒤
재원 방안 등 구체안 마련해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치 지형의 변화:한국과 G2'' 정책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치 지형의 변화:한국과 G2'' 정책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의제로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띄우고 나섰다. 180석을 지닌 슈퍼여당이 입법화에 적극 나설 경우 한국 사회는 ‘일자리 복지 체계’를 세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 청와대도 정부도 ‘고용안전망’ 강화 군불때기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치지형의 변화’라는 정책 세미나에서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전국민 건강보험이 숨은 공로자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라며 “건강보험처럼 전국민 고용보험을 갖추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량 실직 등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자영업자나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등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1천만명이 넘어 이들을 위한 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해 8월 기준 1352만8천여명으로, 전체 노동자(약 2735만여명)의 절반에 그친다. 정부에서도 힘을 싣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 수석의 발언 이튿날인 2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페이스북에 “위기는 혁신을 부른다. 그리고 불가능한 대타협의 시간이기도 하다”며 “우리도 곧 들이닥칠 고용충격에 대비해 하루빨리 제도의 성벽을 보수할 타임”이라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20대 국회는 관련 법안 폐기되지만…21대 국회는 다르다

고용안전망 강화는 문재인 정부의 역점 과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선정한 100대 국정 과제에는 예술인과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특수고용 노동자부터 단계적으로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2018년 11월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해 특수고용 노동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이유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3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업 위기에 대처하는 고용유지와 관련된 법안들이 꼭 필요하다”며 “법과 제도 밖에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를 법·제도 틀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돼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을 (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야당 반대로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곧 폐기될 처지에 놓였지만, 21대 국회에선 민주당이 의지만 가진다면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더 넓히는 법안도 얼마든지 통과 가능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는 사회구조의 장기적 변화를 위한 ‘진보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고용보험 확대는 사회적 약자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사회적 기본권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다른 과제들보다 우선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특수고용 노동자 등은 경제 충격이 왔을 때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 상황을 방치하다가 문제가 생길 때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국가 재정이 더 많이 들어간다. 현재로선 사회보험 체계를 갖추는 게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여권, 일단은 ‘신중 모드’

청와대와 민주당은 고용보험 전국민 확대를 단기과제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일단은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사례에서 보듯 특정 정책 이슈를 밀고 나가려면 여론의 뒷받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모든 국민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한다는 건 오해의 여지가 있다. 일하는 사람, 일하고자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설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고용보험 확대가 현실화하려면 소득원천징수 체계 등 시스템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노사정 합의를 이뤄내고 그걸 바탕으로 법을 만드는 등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록 청와대가 ‘중장기 과제’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에 운을 뗀 만큼 21대 국회 개원과 맞물려 여론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영지 황금비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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