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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특수고용직부터 단계 적용이 현실적…정부가 보험료 지원해야”

등록 2020-05-03 23:16수정 2020-05-04 02:41

‘전국민 고용보험제’ 추진 배경과 의미

한정애 의원, 개정안 발의했지만
경영계 반대로 1년7개월째 계류
‘한국형 실업부조’도 국회서 잠자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료 부담에
임의가입 않는 현실적인 문제도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서 민원인들이 실업급여 상담 창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서 민원인들이 실업급여 상담 창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청이 ‘전국민 고용보험제’와 ‘한국형 실업부조’ 등의 추진을 거론한 것은 코로나19 충격을 계기로 고용안전망 사각지대가 크다는 문제가 전면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울타리 바깥에 있다 보니 정부가 긴급 지원을 해주려고 해도 혜택을 받기 어려운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 코로나발 경제 위기 속에서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자는 1352만8천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취업자 대비 49.4%에 불과한 수준이다.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을 제외하고 보면 자영업자를 포함한 비임금노동자가 679만9천명(24.9%), 고용보험 적용 제외자 178만1천명(6.5%), 고용보험 미가입자 378만1천명(13.8%) 등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직하더라도 실업급여 수급자 비중은 전체의 45.6%(2018년 기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최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정부에 제안하면서,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핵심 요구로 내놨다. 자신이 원해야 가입할 수 있는 임의가입 대상인 자영업자와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국회에도 비슷한 취지로 마련된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2018년 11월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예술인 등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뼈대로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경영계 등의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국내 특수고용직 규모는 220만명(한국노동연구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법안은 47만여명을 추가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실직자도 지원을 받는 ‘한국형 실업부조’를 표방한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의 근거가 되는 법안(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도 20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제도는 고용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을 지급해 생계 보장과 취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올해 34만명(하반기)을 시작으로 2022년 연간 지원 규모를 60만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이런 법안들이 빛을 보지 못한 데는 정부·정치권의 의지의 문제도 있지만, 당사자들이 고용보험료 부담을 꺼린다는 현실적 문제도 뒤따랐다. 고용보험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절반씩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행 제도에서도 임의가입할 수 있는 자영업자의 가입률이 고용원을 두지 않은 자영업자의 0.4% 정도(2019년 12월·1만5549명)에 불과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정부가 영세 사업장에 대한 사회보험료를 지원해주는 것처럼, 고용보험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병행되지 않으면 전국민 고용보험제는 현실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선적으로 특수고용직부터 적용해보고,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 같다”고 말했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자영업자·특수고용직의 경우 실직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모호하다”며 “(실직·취업 여부가 아닌) 소득이 생길 때마다 기여금을 내서 보험료를 걷는 소득보험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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