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1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 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이 실업급여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의 고용 안전망이 정작 지원이 절실한 취약계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통계청의 ‘3월 고용 동향’을 보면, 임시·일용직 노동자가 59만3천명 감소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9월(-59만2천명)보다 더 많이 줄었다. 일자리를 잃었을 때 1차 안전망이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 실업급여인데, 임시·일용직, 특수고용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등은 대부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는 1353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2735만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고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용직 노동자들은 가입돼 있는 반면, 취약계층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전국민 고용보험’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전국민 건강보험처럼 전국민 고용보험이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3일 기자간담회에서 “법과 제도 밖에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를 법·제도 틀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보험의 한계에 대한 고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과 청년 등이 구직 활동을 하는 동안 국가가 수당을 지급하는 ‘국민취업 지원제도’(한국형 실업부조)를 2020년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매달 50만원씩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취업지원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이런 내용을 담은 ‘구직자 취업 촉진 및 생활안정 지원법’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총선용 퍼주기”라는 야당의 반대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 등은 전국민은 아니지만 특수고용노동자와 예술인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이 역시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처럼 고용보험의 전국민 확대는 오랜 고민의 산물이다. 그런데도 일부 보수 언론은 “청와대의 친노동 코드”니 “노동절 선물”이니 하며 또다시 ‘이념의 프레임’을 덧씌우고 있다. 사실관계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고용 충격의 실상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코로나 위기에 대한 대응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고용안전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다.
다만 고용보험을 전국민에게 확대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고용보험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가입을 꺼린다. 따라서 정부가 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야 하는데 재원 마련 방안이 나와야 한다. 자영업자의 정확한 소득 파악을 위한 행정 인프라 구축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취업 지원제도와 특수고용노동자·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을 먼저 시행한 뒤 단계적으로 전국민에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정부와 여당이 지금부터 광범위한 논의와 치밀한 준비를 거쳐 로드맵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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