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훈 선거연수원 전임교수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한 강의실에서 중앙선관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만 18살 새내기 유권자’ 선거교육 전문강사 교육을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해요. 평소처럼 친구가 사주는 군것질거리를 먹는 건 괜찮지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지지를 부탁받으면서 얻어먹으면 과태료를 낼 수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웃으면서 부드럽게 알려줘야 해요.”
12일 서울 영등포구에 마련된 한 강의실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현직 직원 48명이 장성훈 선거연수원 전임교수의 말을 꼼꼼하게 적고 있었다. 이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만 18살 새내기 유권자’를 대상으로 선거교육을 하게 된다. 선관위는 지난 10일부터 닷새간 각 시·도에서 추천받은 직원 275명에게 전문강사 교육을 하고 있다. 장 교수는 “선거교육은 중립성이 중요하다. 자기 생각을 말하면 안 된다. 정보의 다양성과 균형성을 갖추면서도 특정 후보의 실명을 얘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령 투표로 우리의 삶이 달라진 주요 정책을 소개하더라도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한 정책은 제외하고, 입시정책 같은 학생들과 관련된 얘기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만 18살 유권자들이 새내기 유권자인 만큼 할 수 있는 선거운동과 할 수 없는 선거운동에 대해 분명히 알려주는 것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선관위가 ‘새내기 유권자’를 대상으로 처음 발간한 책자에는 학생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요 내용에 관한 문답이 포함돼 있다. ‘후보자 선거사무소에서 자원봉사 했는데 문화상품권을 주네요. 받아도 되나요?’라는 질문에는 “자원봉사자는 어떤 것도 받으면 안 된다. 호의라 하더라도 받으면 선거운동 관련 금품수수가 될 수 있어 절대 받으면 안 된다”는 답변이 나온다. 학생들의 학교 내 선거운동은 사실상 금지된다. 선거운동 기간(4월2~14일) 동안 친구들끼리 서로 특정 정당·후보자에게 투표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쉬는 시간에 교탁 앞에서 다수 친구를 대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교실에서 휴대전화로 선거유세 노래를 다수가 들을 수 있도록 틀어놓을 수도 없다.
학교 동아리 활동도 유의해야 한다. ‘학교 동아리에서 후보자를 초청해 공약을 듣거나 궁금한 점을 물어봐도 되나요?’라는 물음에 선관위는 “동아리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단체이기 때문에 후보자를 초청할 수 없다”고 답했고, 동아리나 동아리 대표 이름으로 선거운동은 할 수 없다. 방송반 학생이 점심시간에 학교방송을 이용해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 영상을 방송하는 것도 금지된다. 다만 에스엔에스(SNS)에 거짓 사실이나 비방하는 내용만 아니면 좋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의 소식이나 영상을 올리는 건 가능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르면 2월 말부터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된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청소년지원센터 등을 통해 교육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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