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원내대표 등 동료 의원들이 지난 17일 국회 앞 단식농성장을 찾아 이학재 의원을 격려했다. 장나래 기자
한동안 매일 같이 이어지던 자유한국당의 릴레이 삭발도 지난 20일을 끝으로 잠정 중단됐습니다. 공천 눈도장 찍기라는 비판이 일며 오히려 삭발 투쟁의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당 지도부가 ‘삭발 자제령’을 내려서 인데요. 타이밍을 보고 있던 의원들도 일단은 삭발을 접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이학재 의원의 단식 투쟁은 25일로 11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삭발은 릴레이로 동참이 이어지고 패러디 이미지까지 만들어지며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단식은 동참하는 의원이 없어 크게 관심을 못 받고 있는데요. 간간이 당 지도부가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외롭게 농성 중인 이 의원을 찾아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의원 지역구에서는 지역 현안인 소각장 증설을 두고 분주한 상황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인천 서갑 지역위원장이 청라 소각장 현대화 사업에 반대하며 천막 농성을 예고하자 이 의원은 지난 24일 공동 천막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 의원을 향해 “소각장 투쟁으로 단식하면 좋을 텐데 씁쓸하다”, “서구 지역 현안이나 신경 써라”, “공천받으려 몸부림친다”, “조국 단식 끝나면 소각장 폐쇄를 위한 단식도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등의 비판적인 글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소각장 이슈가 한창인 와중에 지역구를 안 챙긴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이학재 의원이 25일 11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장나래 기자
이 의원은 단식 중에도 인천시 관계자를 만나 ‘소각장은 조건 없는 폐쇄가 답’이라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4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등 의정 활동도 함께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오는 26일부터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으로 주요 이슈가 옮겨갈 것으로 보이면서, 당내에서는 기약 없이 길어지는 이 의원의 단식 투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단식의 기한을 ‘조국 사퇴’로 못 박은 이 의원의 건강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만나 “당내에서 이 의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면서 “대표든 누구든 단식을 말려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많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도 “이 의원이 계속 단식을 하고 있는 게 맞느냐는 질문이 나올 만큼 큰 관심을 못 받고 있다”며 “사퇴할 때까지 한다고 단식을 시작했지만 지금이라도 이 의원을 만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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