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황교안 대표의 지명을 받아 K-수거(KBS수신거부) 챌린지2에 참여합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KBS 수신료 납부 거부 챌린지’ 참여 게시글을 올렸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로부터 다음 참여자로 지목받은 지 이틀 만에 올라온 화답글인데요. 오 전 시장은 ‘KBS 편파방송 싫어요’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게시하고, 다음 참여자로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박인숙 한국당 의원,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김기현 울산시장 등 4명을 지명했습니다.
지난 28일 오 전 시장과 함께 황 대표로부터 지명 받은 챌린지 참여자는 송희경·신보라 한국당 의원과 백선기 칠곡군수 등 4명이었습니다. 이들은 황 대표의 공개적인 지명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음 지명자를 잘 골라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느끼고 있었습니다. 오 전 시장 쪽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어떤 의미를 담아서 다음 지명자를 선정할지 고민했다. (화답하는데) 너무 오래 걸리진 않아야 해서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신보라 의원과 백선기 칠곡군수의 화답 게시글은 사흘이 지난 아직까지 올라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명자들만큼이나 부담감이 컸던 건 황 대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황 대표를 만나 지명 이유를 물었더니 참여자 선정을 두고 무척이나 고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황 대표는 지난 29일 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한 명 한 명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먼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가장 길게 설명했습니다. 황 대표는 “오 전 시장은 지난번 전당대회 경쟁자”라고 입을 뗀 뒤 “우리는 이제 당 안에서 하나가 됐다. 같이 경쟁한 사람도 이제 손잡고 함께 가야 된다. 화합과 통합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한국당이 ‘도로친박당’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다양한 계파와 소통하는 모습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오 전 시장과는 2번 정도 개인적으로 밥을 먹었다. 재보궐 선거에서도 같이 하자고 했다”며 “좋은 자원이 기회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황 대표 측근 의원도 “오 전 시장보다 더 의외였다”고 털어놓은 백철기 칠곡군수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황 대표는 “지방과 중앙의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며 “백 군수는 천안함 챌린지에서 (나를) 지목했었다. 지방과 중앙이 이제 함께 가자는 취지”라고 밝혔습니다. 송희경·신보라 의원 선정에 관해서는 “우리가 청년·여성 친화정당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위원장과 청년위원장을 지목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일 천안함 챌린지 참여 게시글에서도 황 대표는 무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다음 참여자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황 대표가 연이어 친박계가 아닌 탈당파 인사들을 지명하는 것을 두고 외연 확장 행보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친박계 인사들의 주요 당직과 국회직 임명으로 도로친박당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황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 대통합을 시도한다는 분석입니다. 황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원희룡 지사를 지목한 것과 오세훈 전 시장을 지목한 것은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며 “원외와 지방 등을 두루 아우르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황 대표가 자주 참여하는 ‘챌린지’는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찬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정해진 주제와 부합하는 사진과 메시지를 SNS에 남긴 뒤 다음 도전자를 지목하는 릴레이 형태로 진행됩니다. 최근에는 무거운 이슈가 아닌 평범하고 일상적인 주제로도 많이 옮겨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당은 올해 초에도 KBS 수신료 납부 거부 챌린지를 벌이는 등 이슈가 생길 때마다 SNS 릴레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요. 황 대표는 천안함 챌린지나 ‘제주4.3은 대한민국 역사’ 챌린지 등에도 적극 참여해왔습니다. 지난 해에는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방북한 국내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발언한 것에 대해 김진태·이언주 의원 등 보수 진영 정치인들이 이를 풍자하며 냉면 먹는 영상을 올리는 ‘목구멍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명 받았는데 안 할 수는 없고, 하자니 다음 참여자 선정이 부담스러운 정치인들의 챌린지를 보고 있으니 ‘이 편지를 다른 O명에게 똑같이 보내라’는 내용의 ‘행운의 편지’가 떠오릅니다.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는 황 대표발 ‘행운의 편지’는 당의 외연 확장이라는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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