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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강원 산불 번지는데…한국당 “외교 참사가 더 크다” 정의용 발목

등록 2019-04-05 11:35수정 2019-04-05 17:01

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안보실장 3시간 넘게 국회에 발 묶여
나경원 원내대표도 발목 잡기
“여당 위원들이 질문하지 말고
야당 위원들이 질문하게 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갈 것”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저녁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속초 전역과 강원도 일대에 번져나가는데도 정작 ‘재난안전책임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3시간 넘게 국회에 발이 묶여 있었던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진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운영위원장은 정 안보실장이 대형 산불이 발생한 만큼 재난책임자를 보내줘야 한다고 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외교 참사는 더 크다(정양석 의원)”고 주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 실장은 지난 4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산불소식이 알려진 건 이날 저녁 8시가 다 돼서다. 저녁 7시17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시작된 불이 강풍을 타고 속초 시내로 급속하게 번져가고 있다는 ‘속보’가 나왔다. 홍영표 운영위원장은 저녁 9시25분께 운영위원회 회의가 속개하자 정 실장에게 지금 언론에도 크게 보도가 되고 있는데, 고성 산불 문제를 지금 얼마나 파악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정 실장은 ”고성군에서 (불이) 시작을 했습니다만 바람이 동향으로 불어서 속초 시내까지 번지고 있다. 우선 1차장을 위기관리센터로 다시 보내서 상황을 관리토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 위원장은 ”일부 주민들에 대피령을 내리고, 굉장히 상황이 심각하다. 정 실장은 이 건에 대해 지휘를 해야 하는 걸 감안해서 질의를 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질문은 계속됐다.

정양석 위원 “실장님 고생 많이 하시는데 미국의 신뢰를 잃었다는 그런 이야기가 많다”

정의용 안보실장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정양석 위원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과 정의용 실장을”

정의용 안보실장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요”

정양석 위원 “거짓말쟁이라고 했다는데 그것은 사실 아닙니까”

정의용 안보실장 “사실 아닙니다”

정양석 위원 “라이어라고 했는데 사실 아닙니까”

정의용 안보실장 “예, 아닙니다”

또 정 의원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문제를 두고 정 실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양석 의원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발표를 텔레비전 중계로 봤다. 청와대나 또 청와대에 있는 대미 라인이나 외교라인, 안보실장이 그런 동향을 일찍이라도 파악했다면 어떻게 30분 전까지 청와대가 그 생중계만 바라보고 있고, 빗나간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며 “책임을 짐 지고, 물러날 때 물러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홍 위원장은 다시 상황 정리에 나섰다.

홍영표 위원장 “저는 솔직히 말해서 오후부터 ‘지금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안보실장을 좀 일찍 떠나게 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합의를 안 해주셨고, 그런데 지금 고성 산불이 굉장히 심각한 거 같다. 그래서 속초 시내에서 민간인들을 대피까지 시키고 있고, 그런데 위기 대응의 총책임자… 지금 저렇게 대형사고가 생겨서 민간인이 대피까지 하고 있는데 그 대응을 해야 할 책임자를 우리가 이석시킬 수 없다고 이래서 국회에서 잡아놓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정양석 위원 “외교 참사는 더 큽니다”

강원도 일대에 산불이라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는데 ‘외교 참사’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한마디 보탰다. 나 원내대표는 “고성 산불 부분도 그렇다. 저희도 정의용 안보실장 빨리 보내 드리고 싶다”며 “그러면 순서를 조정하면 된다. 지금 여당 위원들이 (질문)하지 말고, 우리 야당 위원들이 질문하게 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최대한 빨리 정 실장이 가실 수 있게 협조하겠다. 그러나 국회에서 어쩌다 나오신 안보실장에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것은 비판이 아니다. 정말 (야당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그런데 고성 산불 얘기하면서 마치 우리가 무슨 발목 잡기 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보다 못한 홍영표 위원장은 이번엔 모니터를 켜달라고 위원들에게 요청했다.

“위원님들 모니터를 켜시고요, 속보를 한번 보십시오. 지금 화재 3단계까지 발령이 됐습니다. 이것은 전국적으로 번질 수도 있는 화재라고 합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질의하시고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볼 때는 이런 위기상황에는 좀 그 책임자가, 담당자가 이석을 하게 하는 게 나는 기본적인…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을 함께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 실장이 운영위원회 회의실을 떠난 건 화재가 발생한 지 3시간21분이 지난 밤 10시38분이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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