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경직된 대북 안보 정책” 등에 사로잡혀 지난해 19대 대통령선거,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와 사회발전연구소에 맡긴 연구용역 보고서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의 내용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자유한국당의 위기가 △탄핵·촛불 국면의 국민지지 상실 △장기적 인구학적 변화, 거시적 사회가치 변화 트렌드 이탈 △공천과정 및 조직통합 등의 실패 △민심 및 대중여론과 정당 지향의 괴리에서 시작됐다고 지목했다. 보고서는 특히 18대 대선(2012년)에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을 지지했다가 19대 대선에서 지지를 철회한 이들을 ‘이탈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이념 성향이 중도적이긴하나 진보진영으로 넘어가진 않고 표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이탈자’들은 자유한국당의 적대적 대북·안보 분야 정책에 대해 지지세가 약했고, 상대적으로 경제·복지 분야에 지지세를 보였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보고서는 “외교·안보 쟁점에 있어 한국당이 지속해서 강한 보수적 태도와 적대적 대북관을 견지해왔다는 점이, 유권자들이 인식하는 한국당과의 이념 거리를 증가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했다”고 진단했다.
이를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강경하고 원칙적인 대북 안보 프레임을 버리고, 유능하고 적극적인 평화와 통일 비전을 제시하면서 경제·사회 정책에서도 상대 정당과 차별화되는 보수적 가치의 의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또 자유한국당이 선거 기간 내놓은 정책 공약 자료집을 분석해보니, “201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해 복지 재분배, 포용적 대북 정책이 강조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트렌드에 너무 뒤처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지난달 7일부터 18일까지 19살 이상 남녀 1500여명을 대상으로 국민 정치의식 조사 결과를 벌인 후 이날 보고서를 발표했다. 발표자로 나선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보수 정당의 핵심가치로 포용성과 사려 깊음, 진정성을 제시한다”며 “포용적인 보수, 사려 깊은 보수, 진정성 있는 보수를 비전으로 세우고 국민 신뢰 회복을 통한 미래 수권 세력으로서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의원총회 초반에는 100명 넘는 의원이 참석해 국정감사를 마친 소회를 밝히고 서로를 격려했지만, 상당한 비용을 들여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 발표 시간에는 절반 이상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다음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세밀하게 구할 것”이라고 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대북·안보정책에 있어 유연성과 대안제시가 필요함을 확인했고, 경제정책에 있어서 새로운 담론과 모델을 만드는 노력이 절실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당 구성원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혁파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당 혁신의 소중한 밑거름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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