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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8월 임시국회, 규제완화·민생법안 통과 ‘빈손’은 왜?

등록 2018-09-07 16:40수정 2018-09-07 20:00

정치BAR_이정훈의 이해관계

2016년 19대 국회서 민주당 ‘규제완화’ 반대
여당 된 뒤 규제샌드박스법 통과 필요성 강조
2년여만에 공·수 바뀌며 민생법과 일괄 개정 추진
한국당은 “급할 거 없다”며 느긋한 태도로 역전

규제완화 법률 상당수는 8월 임시국회서 첫 논의
일부 의원들 “머리 빙빙 돌아” 내용 파악 못해
결국 논의만 공전하다 상가보호법 등 민생법도 발목 잡아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여야 3당이 8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과 규제완화 법률을 통과시키자고 했는데 결과는 ‘빈손’이었습니다. 비록 폭염을 자연재해로 포함시킨 재난안전법은 통과시켰지만, 애초 예상한 상가임대차보호법안이나 규제완화 법률은 하나도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고, 다행스러운 측면도 있습니다. 규제완화 법률 대부분은 법조문을 다 뜯어고치는 것인데도 그동안 국회 상임위에서 한번도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뒤바뀐 공수

지난 8월1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은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한 뒤 조속한 법 개정을 약속했습니다. 당시 합의문에는 “여야정이 민생과 경제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하고 여야는 민생법안과 규제혁신 법안을 조속히 처리한다. 국민안전을 위한 법안, 소상공인 자영업자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법안,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법안 등 민생경제를 위한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다음날에는 홍영표(더불어민주당), 김성태(자유한국당), 김관영(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이 만나 규제프리존법, 개인정보보호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법 등을 각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한 뒤 8월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시계를 2016년 4월18일로 되돌려보면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당시는 4·13 총선을 치른 뒤 19대 국회 회기의 마지막이었습니다. 당시 원유철(새누리당), 이종걸(더불어민주당), 주승용(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만나 △법사위 계류 무쟁점 법안 우선 처리 △마지막 임기까지 가능한 입법 최대한 실천 등에 합의했습니다. 야당의 반대로 여당이 개정을 주장하는 법률이 구체적으로 담기지는 않았습니다. 해당 법률은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입니다. 이들 법률은 규제 완화로 인해 공공성 훼손이 우려된다며 야당은 반대했습니다. 반면 전국 시도지사들은 규제프리존특별법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는데, 이낙연 국무총리도 전남도지사로서 통과를 재촉했습니다.

2년 여 뒤 공수가 바뀌었습니다. 여당은 민생입법과 함께 자신들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이른바 ‘규제샌드박스법’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규제완화 법률은 총 5개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민병두 의원 발의), 금융혁신지원 특벌법 제정안(민병두 의원 발의),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안(홍익표 의원 발의),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신경민 의원 발의),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전부 개정법률안(김경수 의원 발의) 등입니다. 이 가운데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을 뺀 나머지 법률 처리를 촉구했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과거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도 재발의한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공수가 바뀌면서 민주당은 청와대에서 혁신성장을 내세우며 규제완화 법률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협상의 여지는 좁아졌습니다. 더욱이 자신들이 야당 시절 반대한 개정안과 비슷한 법률에 대한 개정 필요성을 강조해 ‘말 바꾸기’라는 비판도 샀습니다. 반면 한국당 지도부는 “급할게 없다”고 말할 정도로 느긋해했습니다.

검토시간 부족

자유한국당의 규제프리존법은 20대 국회 들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2년간 논의했습니다. 결론을 못 내렸지만 23차례 상임위를 열어 의원간 논의는 꾸준하게 있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강조한 규제샌드박스법은 사정이 다릅니다. 5가지 법안 가운데 4개 법률은 8월 임시국회 상임위 소위에서 첫 논의됐습니다. 상임위 소위는 의원이나 정부가 발의한 개정안을 소속 여야 의원들이 깊이있게 논의하고 개정안을 다듬는 자리입니다.

상임위 소위는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한 8월30일을 대엿새도 안 남기고 열린 경우가 많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논의가 오갔습니다. 지역특구법은 8월27일, 산업융합촉진법은 8월28일, 정보통신융합법은 8월23일, 행정규제기본법은 8월28일에야 첫 논의 자리가 열렸습니다. 모두 민주당이 발의한 것인데, 이에 맞서 한국당도 기재위에서 논의되던 규제프리존법을 각 상임위별로 쪼개 같은 이름의 개정안을 제출해 대응했습니다. 또 한국당이 강조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맞서 민주당은 보건의료 분야를 뺀 같은 이름의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이들 상임위 소위는 여야 3당 원내대표가 개정안 처리 시한을 8월30일로 못박은 상황에서 중간 정착지 없는 기관차처럼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모양새였습니다. 논의를 건너뛰기를 재촉하기도 해고,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도 경우도 많았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소위 1차(8월23일)>
소위원장 정용기 : 수석님 보고가 얼마 걸릴 것 같아요?
수석전문위원 임재주 : 최대한 빨리 하겠습니다.
소위원장 정용기 : 그래서 대략이요.
박대출 위원 : 대략 중요한 내용만 한번 죽 스크린만 하시지요.
(중략)
수석전문위원 임재주 : 그러면 전체를 빨리 제가 30분 정도에……
박대출 위원 : 쟁점 위주로 해 주세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소위 1차(8월27일)>
위성곤 위원 : 지역특화특구, 그다음에 규제프리존법, 그다음에 규제샌드박스, 이 세 법이 짬뽕해 지금 이 안에 들어오니까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기획재정부혁신성장정책관 한훈 : 예, 좀 그렇습니다.
위성곤 위원 : 그런 것 같아요
기획재정부혁신성장정책관 한훈 : 지역특화특구는 기존에 있었던 것이고요.
위성곤 위원 : 섞어 놔서 진짜 머리가 빙빙 돌아요.
이언주 위원 : 서로 다른 취지를 막 한꺼번에 실현하려고 하다 보니까 뭔가 짬뽕 돼 있는 듯해요.

이처럼 규제완화 법률이 서둘러 개정하려고 논의는 시작됐지만 쟁점이 워낙 많고 순식간에 해치울 수 없는 상황때문에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함께 처리하려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중소기업에게 대기업을 상대로 협상 권한을 강화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도 발이 묶였습니다. 민주당은 상가 임차인 보호를 위해 계약갱신요구권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고, 한국당도 이에 동의한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8월28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는 오전 10시반에 회의를 열어 “3당 전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그리고 간사 간 협의가 있는 사항이 있어 오후에 속개해 논의하자”고 했지만 여야 지도부간 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오후에 논의조차 못했습니다.

그렇게 대치하는 사이 누가하나 신경쓰는 이 없어 개정안 통과가 늦어진 법률도 있습니다. 어린이집 차량에서 아이들이 숨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하차 확인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잠자는 아이 확인법’(슬리핑 차일드 체크법·도로교통법 개정안)입낟.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을 통과시켰는데도 법사위에 전달되지 못해 8월에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8월 국회의 패자는 누구?

결국 지난 8월30일 재난안전법 개정안 등 34건의 법률을 처리하면서 임시국회는 막을 내렸습니다. 8월 하순부터 여야 간 지도부는 수차례 회동을 하며 밀고 당기기를 했지만, 애초 합의한 내용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하나둘 자신들이 세웠던 기준을 양보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3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 당도 규제프리존법에 반대했었고, 국민생명, 안전, 환경에 관한 규제완화는 안 된다는 대원칙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산자위 소위에서는 산업융합촉진법에 따른 규제 특례의 제한하는 조건으로 ‘국민의 생명·안전을 저해하는 경우’를 ‘생명·안전을 저해하거나 환경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로 완화했고, ‘제한하여야 한다’ 역시 ‘제한할 수 있다’고 수정했습니다.

그렇게 한발짝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는데 개정된 규제완화 법률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청와대와 민주당이 자신들의 준비 부족만을 노출했습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경향신문>에 쓴 칼럼(https://goo.gl/zTrHkm)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패자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7월19일의 분당서울대병원 행사를 필두로 8월7일 인터넷전문은행 행사에서 규제혁신을 강조하고 그 1호 법안으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의 통과를 국회에 주문했지만 일단 패배했다. 패배 그 자체도 체면이 깎이는 일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과 정부가 규제혁신의 세부논점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고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다시 9월 정기국회가 열렸습니다. 민주당은 다시 한번 민생입법·규제완화 법률 개정 처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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