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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한국당 5시간 의총 내내 ‘수습’은 없고 ‘계파싸움’만

등록 2018-06-21 21:04수정 2018-06-22 09:25

당 혁신안 제시 뒤 첫 의원총회
친박, ‘박성중 메모’에 큰 반발
“당 분열 책임지고 물러나야”
복당파는 김 권한대행 옹호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앞줄 왼쪽)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앞줄 왼쪽)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21일 열렸지만, 노골적인 계파 갈등만 드러낸 채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5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 의총’은 당 쇄신이나 정체성 고민 등에 대한 토론이 아닌,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사퇴 요구와 ‘친박(근혜계)-비박’의 감정 싸움으로 채워졌다.

김성태 권한대행은 이날 의총 머리발언에서 “계파 갈등으로 우리 당이 이해관계에 따라서 분열하고 또다시 싸워야 하는 그 구조는 직을 걸고 용납하지 않겠다”며 “만일 싸우자면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 친박계 의원들은 비박계 박성중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를 문제삼아 비박계의 ‘의도’를 의심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지난 19일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온 복당파들의 모임에서 휴대전화 메모를 작성했는데,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박명재, 정종섭 등등’, ‘세력화가 필요하다→적으로 본다. 목을 친다!’ 등을 적은 메모 내용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박 의원은 비공개 의총에서 “예상 시나리오 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사과했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비박계 의원들이 당권을 잡고 계파 갈등을 부추긴다고 의심했다. 특히 메모에서 이름이 거론된 김진태 의원은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 와중에 당권 잡아 상대편을 쳐낼 생각만 한다”고 반발했다. 이장우 의원도 “있지도 않은 일을 있는 것처럼 해서 논란을 키웠다. 그건 해당 행위이니 (박 의원이) 책임지고 당을 떠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친박계 인사들은 이 메모가 작성된 모임에 김성태 권한대행이 참석한 점을 들어 김 권한대행의 사퇴도 요구했다. 이완영·심재철 의원은 김 권한대행이 선거 패배 및 당 분열의 책임을 지고 대행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한선교 의원은 “(김 권한대행이) 혁신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본인의 독단적인 결정이었고 그로 인해 분란만 일으켰다. 박성중 의원의 메모가 적힌 자리에 함께 있었는데도 제재하지 못하는 등, 계파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야당 역할을 하려면 김성태 대행이 그대로 하는 게 맞다”(안상수 의원), “당의 전면적인 변화와 쇄신은 필요하다”(김재경 의원)는 옹호도 나왔다.

이날 의총에선 최근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만큼, ‘6선 복당파’ 김무성 의원도 탈당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새로운 비상대책위원장이 특정 계파 견제 없이 개혁을 하기 위해선 비박계에서도 좌장 격이 나가는 게 맞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성일종 의원이 김 의원의 탈당을 말했다”고 전했다. 복당파들은 이에 “무슨 소리냐”며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권한대행은 ‘5시간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쇄신을 할 수 있도록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사퇴 요구에 맞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당 쇄신 방향에 대한 논의는 ‘박성중 메모 논란’과 ‘김성태 사퇴론’ 탓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계파 갈등만 불거지는 모양새다. 한 초선 의원은 “미래를 논하고 근본적인 혁신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당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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