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미정상회담이 6월12일 싱가포르 개최로 확정되면서 다음 날 실시되는 한국의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에 대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당에 유리하다는 일반적 인식이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쳐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미정상회담 일정 소식이 전해진 11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과 회담 결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를 바라는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감사합니다. 6·12 북미정상회담. 6·13 지방선거. ㅋ”(jthm**** ), “싱가포르 시간으로 12일이면 시차 1시간 정도니깐 지선 전날 아주 자유망국당한테 빅엿을 먹이는구나”(dkfm****) 등과 같은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우연치고는 너무 고약해 보이는 우연이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지방선거와 무관하게 진행됐다면 쇼라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27촉)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1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상회담은 미리 다 만들어놓고 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실패의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며 “정상회담의 세레모니는 미국과 북한 모두 각자의 국내 정치에 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에 일부 불만족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정치적으로 포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점은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한 쪽으로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치러진 여론조사와 이후의 여론조사에서 같은 지역이 10%p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으로 많이 기울어진 추세가 지속하거나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주체가 미국과 북한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쁘지 않을 경우 보수층의 여당 지지층으로의 이동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장하는 “남북정상회담 합의 뒤에는 북한 김정은과 우리 쪽 주사파들의 이면 합의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미국을 상대로는 먹혀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북정상회담 이후 보수층은 회담 결과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한길리서치가 4월28~29일 실시한 조사에서 판문점선언에 대한 보수층의 지지율은 81.6%에 달했고, MBC·코리아리서치센터의 29~30일 조사에서도 보수층 78.7%가 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4월27일 실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의지에 대해 ‘전에는 신뢰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신뢰하게 되었다’는 대답이 52.1%로 나타났다. 불신에서 신뢰로 의견을 바꾼 국민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자유한국당은 안보 이슈를 중심에 두고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것이 주요 전략 중의 하나였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그해 4월 총선 직전에 발표됐다. 그러나 진보 정권의 자주적인 남북관계 개선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킨다는 논리가 보수층을 자극하고 결집하게 해 역풍이 불었다”며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으로 미국도 북한과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미 동맹을 약화시킨다는 논리가 먹혀들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4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처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한국 사회를 잠식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지역별 선거 결과가 예상과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2010년 지방선거 직전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의 어뢰공격’이라는 공식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이 파장이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선거 결과는 달랐다. 야당이 전국적으로 선전한 것이다. 2014년에도 지방선거 직전 ’세월호 참사’가 벌어져 여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여당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이는 중앙 이슈의 흐름이 그대로 지역 투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중앙정치 이슈는 그것대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것이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조건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이것이 후보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쳐 얼마나 성실하게 지역 이슈에 천착하느냐에 대한 강도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야당 입장에서는 최대한 지역 이슈를 전면화시키고 유권자 속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유권자는 중앙의 이슈도 보지만 경쟁하는 후보들이 자기들을 위해서 얼마나 성실히 경쟁하는가 하는 태도도 본다. 그렇기에 선거의 결과값에는 정치 행위자의 변수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당도 지방선거에 대해서 손 놓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렵다. 기초단체장 공천에 대한 전략과 컨셉도 잘 안 보였다”며 “민생 문제나 지역별 구체적 공약을 놓고 논쟁을 벌여야 하는데 (정상회담에) 너무 휩쓸려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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