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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성진 사퇴’ 압박하던 여당, 집단퇴장으로 ‘우회 비토’

등록 2017-09-13 21:22수정 2017-09-13 21:53

국회 박성진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
야당 주도 ‘부적격 보고서’에
유감 표명 뒤 퇴장 사실상 묵인
장관 인선 당-청 균열 드러내

여 위원들 거듭 ‘박성진 불가론’
전달했지만 청와대서 수용 안 해
홍익표 “간사직 내놓겠다” 배수진도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청문보고서’를 상정하자 간사인 홍익표 의원을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맨 앞은 김병관 민주당 의원.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청문보고서’를 상정하자 간사인 홍익표 의원을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맨 앞은 김병관 민주당 의원.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3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야당의 ‘부적격’ 의견에 ‘형식적 유감’을 표한 채 집단 퇴장했다. 창조과학회 활동 등 종교관에 이어 뉴라이트 역사관, 도덕성 문제까지 불거진 박 후보자를 엄호하기도 곤란하지만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로 이미 여권이 정치적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면으로 맞서긴 부담스러웠던 까닭이다. 박 후보자를 둘러싼 여당의 딜레마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장면이다. 동시에 여당이 거듭 청와대에 ‘박성진 불가론’을 전했는데도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당청 간 이견이 노출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야 4당 간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에 만나 박 후보자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협의했다. 이미 전날 한 차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흩어진 바 있는 여야 간사들은 이 자리에서 ‘조건부 합의’에 이르렀다. “오후 3시 전체회의까지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지 않을 땐 부적격 의견을 채택하는 데 민주당도 동참한다”(장병완 산자위원장)는 내용이다. 산자위 소속인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여당 입장에서 부적격 보고서 채택에 동참할 순 없으나 ‘묵인’하기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여당은 그동안 박 후보자 임명 직후 역사관 논란 등이 제기되자 청와대에 여러 차례 비판적 의견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12일 오후 예정됐던 여야 간사협의를 13일 오전으로 미룬 것도 청와대와 박 후보자에게 ‘결자해지’의 말미를 준 것에 가깝다. 특히 친문재인 성향의 산자위 간사 홍익표 의원은 청와대 쪽에 “(상황이 잘 정리되지 않으면) 내가 당직·간사직 등을 내려놓는 수밖에 없다”며 배수진까지 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후보자의 ‘완주’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청와대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않자 결국 유감 표명 뒤 집단 퇴장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은 “인사가 정국을 주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데 우려를 금할 수 없다”(권칠승 의원), “청문위원들이 충분히 논의하기보다 청문 결과에 대해 당 차원의 입장을 정해놓고 접근하는 것은 유감”(이훈 의원)이라는 등의 ‘원론적’ 비판을 내놓은 뒤 홍익표 간사를 남기고 퇴장해 야3당의 ‘부적격 보고서’ 채택을 사실상 묵인했다.

박 후보자의 사퇴를 기다렸던 여당 의원들이 차마 정면으로 부적격 의견을 내지 못한 데는 정권 초반부터 당청 갈등이 정면으로 불거진다는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 입장에서도 대통령이 지목한 사람에 대해 부적격으로 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의 고언을 청와대가 수용하지 않은 탓에 그동안 탄탄했던 당청 관계에도 균열이 예상된다. 한 산자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할 만큼 하고 버틸 만큼 버텼다”며 청와대에 대한 서운함을 강하게 드러냈다.

엄지원 김규남 정유경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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