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둘째)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대선 때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해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사과 기자회견을 연 뒤 이용주 의원(왼쪽 셋째)과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기간 내내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퍼부었던 ‘아들 특혜 취업 의혹’이 절정에 치달은 때는 대선을 불과 나흘 남겨둔 5월5일이었다. 국민의당은 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와 함께 미국 파슨스스쿨 대학원을 다녔던 동료의 증언을 확보했다며 녹음 파일을 틀었다. 음성변조된 이 녹음에서 ‘동료’는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응시 과정에 대해 “아빠(문 후보)가 얘기를 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준용씨가)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는 문 대통령이 도운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제보자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국민의당은 “제보자 보호를 위해서 (누구인지) 밝힐 수 없지만, 좋은 기업에 다니고 있고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가짜 자료로 의심된다며 녹음을 공개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김인원 부단장과 김성호 수석부단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국민의당은 이에 ‘맞고발’로 대응했다.
그러나 26일 국민의당 설명을 들어보면, 이는 당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당원 이아무개씨는 친척과 연기를 하는 방식으로 허위로 만든 자료였다. 이씨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영입해 청년 몫으로 지도부에 합류했던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통해 이 녹음 파일을 당에 전했다.
대선 때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은 이날 “지난 24일 이씨가 찾아와서 해당 자료를 본인이 직접 조작해 제출한 자료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이날 오후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검찰 조사가 임박하자 당이 화급히 나서 사실을 실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용주 의원은 이 자료조작이 ‘윗선’과도 공유됐는지, 조직적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김인원 부단장이 최근 검찰 조사를 받으며 ‘제대로 수사하라’고 큰 소리를 쳤을 정도로 몰랐다”고 사실상 선을 그었다. 그러나 대선 기간 당에서 총공세를 펼쳤던 사안의 결정적 증거를 놓고 신빙성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사용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녹음 공개 이튿날인 5월6일 하루 동안 국민의당은 준용씨 관련 논평과 성명을 13건 발표하는 등 파상공세를 폈다.
이날 당 지도부가 이씨를 ‘조작자’로 먼저 발표하고 나선 것을 두고 ‘꼬리 자르기’ 시도 아니냐는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씨는 이날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주변에 “모 위원장의 지시로 허위자료를 만든 일로 조사를 받게 됐다”, “당이 당원을 케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공모 내지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한겨레>에 “조작하라고 지시한 바 없다”면서 이씨의 행동에 대해 “저도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김인원 부단장은 “조작 사실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앞에 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김성호 수석부단장도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이아무개씨를 전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자료를 조작한 이씨는 안철수 전 후보의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제자로 2012년 대선 때부터 ‘진심캠프’에서 안 전 후보를 도왔고 이후 <안철수와 함께한 희망의 기록 66일>을 책으로 출간했다. 지난 총선 때는 전남 여수갑에 국민의당 예비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평당원이 자의적으로 배우를 섭외해 허위 발언을 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고 안철수 후보를 비롯한 당시 선대위 책임자들이 과연 이 사실을 몰랐을지도 의문”이라며 “배후가 있는지 철저한 수사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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