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앞줄 왼쪽)이 9일 오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임명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의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을 국회로 찾아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3인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9일에도 불발되며 새 정부의 조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들 3명 가운데서도 야 3당이 공통적으로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강경화 후보자가 핵심이다. 그동안 국민의당은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선 우호적인 분위기였지만, 이날은 “강경화 후보자 내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김이수 후보자 인준에도 협조할 수 없다”고 ‘강경화-김이수 연계’ 방침을 밝히며 정국의 중심에 섰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강 후보자 내정을 철회하고 역량이 준비된 인사를 조속히 발탁해주길 대통령에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강 후보자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러 이날 국회를 방문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강 후보자의 역량이나 자질이 도적적 흠결을 덮을 수 있어야 (협조) 명분이 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강경화-김이수 후보자를 묶어 대응하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이수 후보자의 경우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 소수의견을 냈던 등의 문제가 있지만 보고서 채택을 거부할 정도의 사유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런데 대통령이 도덕적 흠결은 물론 외교적 역량이 부족한 강 후보자를 밀어붙이려고 하니 이제 강 후보자만의 문제가 아닌 인사 전반의 문제가 됐다. 우리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를 대통령이 밀어붙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단을 써야 할 것 아니냐”며 “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기 전에 김이수 후보자에게 먼저 협조할 순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 채택에 협조가 점쳐졌던 국민의당이 이날 국회 인사청문특위 여야 간사 회동에서 김이수 후보의 문제점을 강조하는 데 집중하면서 논의는 진척되지 못했다. 12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기로 한 국민의당은 주말 청와대의 입장 변화를 예의주시할 계획이다.
장관과 달리 헌법재판소장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임명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당(40석)의 이런 태도는 청와대에는 큰 ‘위협’이다. 자유한국당(107석)과 바른정당(20석)이 김이수 후보자를 반대하는 상황에선, 더불어민주당(120석)과 정의당(6석), 여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만으로는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상이 걸린 청와대는 이날 전병헌 정무수석이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지도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박수현 대변인이 ‘호소’ 논평을 내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강 후보자가 외교부와 유엔 무대에서 쌓은 경험으로 외교의 새 지평을 열어가도록 도와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경우, 이날 자유한국당의 완강한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국회 정무위원회를 열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은 정무위 차원에서 김상조 후보자 부인의 특혜 취업 의혹에 대해 검찰 고발을 의결할 것을 요구하며 이 회의에 불참했다.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적격’, ‘부적격’ 의견에선 엇갈리지만 김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 자체에는 찬성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는 오는 12일 회의를 열어 이를 논의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은 김이수·강경화·김상조 세 후보자 모두에 반대하면서, 다음주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 국회 여야 상임위원장들의 회동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송경화 이경미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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