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공개 동성결혼식을 한 김조광수 영화감독(왼쪽 셋째)이 2012년 12월8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토크 콘서트 ‘광화문대첩’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나이스블루 블로그 갈무리
2007년, 2012년 대선 모두 ‘성소수자들의 질문’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의 물음은, 동성애에 관한 한국 정치인들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료적 의미’를 지닌다.
지난 2012년 11월29일 여러 인권단체들이 뭉친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주요 대선주자들로부터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한 질문지와 답변서를 공개했다. 성소수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음은 이미 헌법에 규정되어 있으나, 차별 금지를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법률이 필요하다는 사회 일각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 향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 후보를 제외한 문재인·심상정·이정희 후보 등은 모두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서는 박근혜·문재인 후보 모두 반대했으나 태도에선 차이가 났다. 박 후보는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족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며 “아직까지는 국민적 여론이 부정적이므로 당장은 추진이 어렵다고 본다”고 답한 반면, 문 후보는 “동성결혼은 우리 사회에 새로이 나타나는 가족의 형태”라며 “사회적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2007년 대선에서도 인권단체들은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차별금지법 자체에 대해서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입법 기술상의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답했고,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금지 항목은) 포함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차별 구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다 적극적인 주장을 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비롯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이인제 민주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답변하지 않았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