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The) 친절한 기자들]
KBS 직원이 뽑은 사장 부적격 후보 1위
후배 폭행, 욕설, 골프 접대, 특종 누락
하고도 사장 자리에 오른 고대영
지난 8년간의 삶을 총정리한다
KBS 직원이 뽑은 사장 부적격 후보 1위
후배 폭행, 욕설, 골프 접대, 특종 누락
하고도 사장 자리에 오른 고대영
지난 8년간의 삶을 총정리한다
고대영 한국방송(KBS) 사장이 국회의원의 질의를 두고 보도본부장에게 “답변하지 마”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상황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가 2014년 7월 직원들 상대로 벌인 ‘사장 후보 부적격자’ 투표에서 83.6%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던 고대영 사장. 그는 후배 기자 머리채 잡기, 폭행, 막말, “유배 보내겠다”는 인사 협박, 골프 접대 받기, 정권에 부담이 될 만한 후배 기자의 특종 누락 등을 하면서 2008년 9월~2015년 10월 승진을 거듭해 사장에 올랐습니다.
고 사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답변하지 마”라고 보도본부장에게 지시한 내용은,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4차례 전화해 해경 비판 자제를 요구한 녹음파일이 공개되고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은 이유였습니다. 김 전 보도국장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대화 녹음파일은 지난 6월 이미 공개됐습니다.
고대영 사장의 돌발 발언으로 국정감사는 10분간 정지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간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검증을 방해하는 것은 3년 이하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국감이 속개되자 고대영 사장은 "언론인으로서 살아오고 본질적 가치를 강조하다보니 답변 표현이 과했다"고 유감을 표했습니다.
‘언론인’이라고 했지만, 그는 중요한 자리에서 물러날 때마다 다시 살아 돌아오는 권력 지향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폭행, 막말 파문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그는 2010년 2월 보도국장에서 해설위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고도 이듬해 1월 보도본부장으로 사실상 승진했습니다. 2012년 1월30일 노조가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보도본부장 ‘불신임’을 받고 물러나고도 2015년 11월 사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장 자리에 대한 그의 집념은 끈질겼습니다. 2012년 10월, 2014년 6월, 2015년 10월 세 차례 공모에 지원해 세 번 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보도가) 나갔냐, 안 나갔냐는 것을 보도 책임자에게 묻는 것은 언론 자유 침해의 소지가 있다.” 고대영 사장이 이날 유승희 더민주 의원 질의에 답변한 내용입니다. 국정감사에서도 언론 자유를 위해 답변을 거부한 그의 과거는 어떠했을까요? 기자협회보, 미디어스, PD저널, 한겨레 기사 등을 정리해 2008~2016년 ‘고대영의 타임라인’을 완성했습니다. 그가 사장에 오르기까지 지난 8년간 KBS 구성원들은 외압으로 인해 특종을 하고도 보도하지 못하는 ‘겨울 공화국’에서 살았습니다. 사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언론인 고대영’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들여다보면, KBS 보도국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대영 사장 프로필
△2008년 9~12월 KBS 보도본부 보도총괄팀장 시절
2008년 9월9일 대통령과의 대화 담당 PD와 물리적 충돌
‘대통령과의 대화’가 생방송될 때 담당 PD와 물리적 마찰이 있었다. 당시 고대영 보도총괄팀장은 김아무개 PD와 방송 내용과 관련해 말다툼을 벌이면서 어깨를 잡는 등 몸싸움을 했다. 두 사람이 다툰 이유에 대해 발언을 꺼리고 있으나 KBS 기자협회는 방송 내용을 바꾸라는 경영진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기사 : '대통령과 대화' 제작진 물리적 충돌 왜?)
2008년 9월22일 KBS 취재하는 기자에게 “어디 소속이야?” 반말
전날 밤 9시54분 이뤄진 인사 발표에 대해 KBS 기자들이 출근 시간에 보도본부 입구에서 피켓 시위를 열었다. “방송독립 하자는데 보복인사 웬말이냐”, “권력 프렌들리 본부장은 각성하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고대영 보도총괄팀장은 사진을 찍던 한 언론사 기자에게 줄곧 반말로 “어디 소속이야?”, “어떻게 들어왔어?”라고 말해 일부 KBS 기자들로부터 “반말하지 마십시오”, “취재 방해 하지 마십시오”라는 항의를 받았다. 고 팀장은 전화로 청원경찰 10여 명을 호출, 보도본부장실 앞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했다. (▶관련 기사 : 보복 인사 철회 하라 KBS 기자들, 보도본부장실 앞 피켓 시위)
2008년 10월29일 “선배 대접 똑바로 하라”며 욕설
고 팀장은 오후 9시경 보도본부 사회팀 사무실을 찾아가 “선배 대접 똑바로 해라. 기자도 아닌 것이 기자인척 하냐”며 사건팀 데스크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지켜본 한 사회팀 기자는 “술에 취한 상태인 것 같았는데 듣기 거북한 수준을 넘어 육두문자까지 거침없이 내뱉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기보다는 부끄럽고 슬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관련 기사 : 고대영 KBS 보도팀장, 인사 보복성 발언 구설수)
2008년 11월7일 조중동이 폐지 주장한 <미디어 포커스> 제작진에게 협박
당시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줄기차게 폐지를 요구해온 <미디어 포커스〉 제작진은 사내게시판에 글을 띄우고, 고대영 팀장이 이날 한 발언을 공개했다. “다음 주 발령받게 될 부서에 2년 동안 유배 생활을 시키겠다.”
(▶관련 기사 : 고대영 KBS 보도팀장, 인사 보복성 발언 구설수)
2008년 11월12일 김경래 기자, 머리채 흔들기
고 팀장은 새벽 3시께 서울 여의도의 ‘비트’라는 술집에서 <미디어포커스> 폐지에 반발하다 인사 조처된 후배기자인 김경래 기자, 박중석 탐사보도팀 기자와 ‘징계성 인사 시사 발언’, ‘개편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김 기자의 멱살을 잡고 머리채를 흔들었다. 이를 항의하던 박중석 기자의 머리도 잡고 흔들었다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증언했다.
(▶관련 기사 : “KBS 고대영 팀장, 김경래 기자 멱살잡아”)
2008년 11월14일 결국, 사과
고대영 팀장의 발언 수위가 심해지자 KBS 기자협회(회장 민필규)는 ‘11월 임시 보도위원회’를 열고 인사보복성 발언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고대영 팀장은 “그 발언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면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 고대영 KBS 보도팀장, 인사 보복성 발언 구설수)
△2008년 12월~2010년 2월 보도본부 보도국장 시절
2009년 6월2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축소 보도에 대한 기자들 반발
한국방송 기자협회도 운영위를 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 책임을 물어 고대영 보도국장과 김종율 보도본부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벌이기로 했다. 김 본부장이 정부 비판 조문객 인터뷰를 배제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의 성명을 낸 바 있다. (▶관련 기사 : KBS 피디들 노 전대통령 서거 보도 관련 “사장 사과” 촉구)
2009년 6월9일 보도국장 불신임 93%
KBS 보도국 기자들이 6월 8~9일 실시한 투표에서 고대영 보도국장이 93%로 불신임됐다. KBS 기자·PD협회가 보도·편성·제작책임자들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강행한 것을 둘러싸고 징계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기사 : KBS 기자 투표 ‘보도국장 불신임’ 93%)
2009년 7월13일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비위 의혹 보도 뭉개기
KBS가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당시 천 내정자에 대한 의혹 취재를 마치고도 다음날까지 방송을 미룬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KBS 기자협회가 발행한 협회보에 따르면, KBS 법조팀은 천성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 13일 천 내정자가 거액을 빌린 박 씨와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튿날 저녁에야 보도했다. (▶관련 기사 : KBS ‘천성관 의혹 특종’ 고의로 놓쳤다?)
2010년 2월26일 해설위원장실로 자리 옮겨
고대영 국장은 1년 6개월 여 만에 해설위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보도국장 교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고대영 국장이 사실상 ‘경질’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성원 KBS 노동조합 공정방송실장은 “일례로 ‘용산참사’ 보도 당시 고대영 국장이 정부 프레임에 대해 옹호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 KBS 보도국장 교체, 배경은?)
△2010년 2월~2011년 1월 해설위원실장 시절
2010년 12월27일 청와대, 보도본부장에 고대영 내정설
KBS 보도본부장에 고대영 KBS 해설위원장이 내정됐으며, 고대영 위원장과 학교 선후배인 청와대 모 실세가 이번 인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S본부는 27일 성명에서 “사내에는 <추적60분> 불방에 개입했다가 곤욕을 치른 청와대가 현 본부장으로는 KBS 보도본부 기자들을 장악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아예 직접 본부장 교체에 나섰다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밝혔다. “그래서 고른 인물이 이른바 ‘청와대 직할 본부장’ 역을 할 만한 K모씨다.” 성명에 나오는 K모씨는 고대영 현 해설위원장이다. (▶관련 기사 : KBS '청와대 직할 보도본부장' 내정설)
△2011년 1월~2012년 1월 보도본부 본부장 시절
2011년 4월6일 기자협회 고대영 제명 돌입
KBS기자협회는 6~8일 협회 회원 대상으로 고대영 보도본부장의 회원 제명을 결정하는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KBS 기자협회가 본부장의 회원 제명을 묻는 투표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현석 기자 복귀 및 공정방송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기자협회를 폄훼하고 협회장 업무복귀를 지시했다”는 이유다. (▶관련 기사 : KBS기협, 보도본부장 제명 투표)
2011년 4월8일 기자협회 자진 탈퇴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이 공정방송 약속 미이행 등의 이유로 KBS 기자협회(회장 유원중)가 협회원 제명 찬반투표에 돌입하자 스스로 탈퇴했다. (▶관련 기사 :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 기자들 제명투표에 ‘자진탈퇴’)
2011년 6월9일 한국 참언론인 대상 수상
사단법인 한국언론인연합회는 12명의 전·현직 책임자급 언론인을 제7회 한국 참언론인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수상자는 KBS 고대영 보도본부장(방송경영), 연합뉴스 김성수 편집상무(글로벌미디어), 조선일보 강인선 국제부장(국제) 등이다. (▶관련 기사 : 참언론인대상에 김성수 연합뉴스 상무 등)
2011년 7월2일 골프 접대
KBS 기자가 민주당을 불법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1주일여가 지난 시점에,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을 비롯한 보도본부 간부들이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들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졌다. 비용 역시 대기업 홍보팀에서 지불해, ‘부적절한 접대 골프’라는 비판을 받았다. ‘참언론인 대상’을 수상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관련 기사 : ‘도청논란’ 거셀 때…고대영 KBS보도본부장 ‘접대골프’ 논란)
2011년 9월14일 위키리크스 폭로 “고대영, 미 대사관의 잦은 연락선”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고대영 <한국방송>(KBS) 보도본부장(당시 해설위원)과 민경욱 <뉴스9> 앵커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낙관하며 미국에 각종 정보를 전달한 사실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외교전문을 통해 드러났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외교 전문 가운데 2007년 9월19일자 미 대사관발 비밀 전문(confidential)을 보면, 고 본부장이 ‘미 대사관의 잦은 연락선’(frequent Embassy contact)으로 적혀 있다. (▶관련 기사 : KBS 앵커 “MB는 측근보다 능력 중시”)
2012년 1월18일 고대영 보도본부장 불신임 84.4%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이 실시한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과 박갑진 시청자본부장에 대한 신임투표에서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595명 가운데 84.4%(502명)가 고 보도본부장을 ‘불신임한다’는 의견을 냈다. (▶관련 기사 : KBS 보도본부장 압도적 ‘불신임’)
2012년 1월30일 고대영 본부장, 사의
노조가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불신임’을 받은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이 30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 고대영 KBS보도본부장, 사의 표명한 것으로 전해져)
2012년 4월23일 방통위, 대통령선거 방송심의위 위촉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3일 제18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촉식을 개최했다. 그러나 위원 중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었다. (▶관련 기사 : ‘공정성’ 논란 KBS 떠난 고대영, 대통령선거방송 심의한다)
2014년 7월7일 사장 부적격 인물 1위 고대영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직원들 상대로 ‘새 사장으로 가장 부적격한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응답자의 절대 다수가 고 전 본부장을 꼽았다. 고 전 본부장이 83.6%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관련 기사 : KBS 직원들이 뽑은 ‘사장 부적격 후보’ 1위는)
△2014년 9월~2015년 10월 KBS비지니스 사장 시절
△2015년 10월 KBS 사장 시절
2016년 7월15일 사드 관련 보도 개입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성명을 내고 “지난 11일 고대영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고고도지역방어체계(사드) 관련 한국방송 ‘뉴스해설’에 불만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보도본부와 해설국 차원에서 2명의 해설위원들에게 주의를 주고 인사 조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국방송 내부 이야기를 종합하면, 고 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그날 아침 <뉴스광장>에서 방송된 ‘사드 배치 결정… 과제는?’ 제목의 ‘뉴스해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 KBS, 이번엔 ‘사드 보도지침’ 논란)
“듣기 거북한 수준을 넘어 육두문자까지 거침없이 내뱉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기보다는 부끄럽고 슬펐다.” 2008년 10월29일 고대영 당시 보도총괄팀장이 술에 취해 “선배 대접 똑바로 하라”며 보도본부에서 훈계한 내용을 들은 후배의 말입니다. 고대영 사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성공한 언론인들의 자화상입니다.
박유리 기자nopimuli@hani.co.kr
‘떡잎절단상’(안광한 문화방송 사장)
2008.09
KBS 보도본부 보도총괄팀장
2008.12
KBS 보도본부 보도국장
2010.02
KBS 해설위원실장
2011.01
KBS 보도본부 본부장
2014.09
KBS 비즈니스 사장
2015.11
KBS 사장
고대영 타임라인
‘해결사상’(백종문 문화방송 미래전략본부장)을 수여하는 행위극을 벌였다. 청와대 방송대상 격인 ‘구걸읍소협박상’은 ‘이정현-김시곤 녹취록’으로 세월호 참사 때 보도개입 논란을 일으킨 이정현 현 새누리당 대표에게 돌아갔다. 김봉규 선임기자bong9@hani.co.kr
고대영 KBS 사장
전국언론노동조합원들이 방송의 날인 9월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신관 앞에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방송을 풍자하는 행사를 열었다. 조합원들은 ‘의욕보도상’(고대영 한국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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