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노조 “사장이 사드 관련 ‘뉴스해설’ 문제 삼았다” 폭로
보도본부장 “수원연수원 등으로 인사조처 있을 것” 통보
해설 내용 극히 상식적…‘주의’ 뒤 객원해설은 ‘정부 두둔’
새노조 “‘청와대 통상적 업무’가 지금도 계속되는 것인가”
보도본부장 “수원연수원 등으로 인사조처 있을 것” 통보
해설 내용 극히 상식적…‘주의’ 뒤 객원해설은 ‘정부 두둔’
새노조 “‘청와대 통상적 업무’가 지금도 계속되는 것인가”
2년전 ‘보도 개입’ 문제로 길환영 전 사장이 해임되는 등의 홍역을 치렀던 <한국방송>(KBS)에서 또다시 사장에 의한 ‘보도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15일 오전 성명을 내고 “지난 11일 고대영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종말고고도지역방어체계(사드) 관련 한국방송 ‘뉴스해설’에 불만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보도본부와 해설국 차원에서 2명의 해설위원들에게 주의를 주고 인사 조치를 통보했다”며 “고 사장은 불법적인 ‘보도 개입’과 ‘찍어내기’식 인사 시도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방송 내부 이야기를 종합하면, 고 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그날 아침 <뉴스광장>에서 방송된 ‘사드 배치 결정… 과제는?’ 제목의 ‘뉴스해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중국 관영매체의 주장과 다름없다”,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방송 뉴스 방향과 맞지 않다” 등의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지적은 다음날인 12일 아침 보도본부 회의를 거쳐 김석호 해설국장에게 전해졌고, 해설국장은 해당 해설위원뿐 아니라 5달 전에 사드 관련된 뉴스해설(2월11일, ‘국가이익이 최우선’)을 작성한 또다른 해설위원에게 “사장과 보도본부로부터 이런 지적이 있다”는 식으로 주의를 줬다. 이 과정에서 해설국 내부에서 사장의 구체적인 지적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날 오후 김인영 보도본부장은 두 해설위원을 각각 따로 불러, “수원 연수원 등으로 곧 인사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주의를 받은 2건의 뉴스해설을 보면, 단정적인 표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차분하고 상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로켓발사 국면에 나온 지난 2월치 뉴스해설은 국제사회의 현실을 지적하며 “대외의존형인 우리의 경제적 이익과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군사안보적 이익 그 어느 쪽도 버릴 수 없습니다. 사드 배치 논의가 공식화됐지만 최종 결정까지는 굳이 서두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개성공단 철수 이상으로 북한을 압박하려면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가 필수적입니다”, “눈앞이 아닌 장기적인 국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11일치 뉴스해설은 사드 배치가 현실화됨에 따라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세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풀어가야 할 숙제들을 제시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어떤 것도 국가 안보보다 중요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어떤 압력에도 안보주권은 당당히 얘기해야 합니다. 최선의 설득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고 밝혔다.
반면 뉴스해설에 대한 ‘주의’가 있은 뒤인 7월15일에 나온 뉴스해설을 보면, 앞선 2건의 뉴스해설에 견줘 훨씬 강경한 어조로 정부를 두둔하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 검토 끝에 성주가 최적의 후보지라는 판단이 나오게 된 것이라며 그러나 워낙 위중한 사안이라 광범위한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주민 설득에 앞장서야 할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성명서를 낸 것은 집권여당답지 못한 일”,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일” 같은 표현들도, “사드 문제에 관해서는 불필요한 논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과 일맥상통한다. 이날치 뉴스해설은 임인수 객원해설위원이 맡았는데, 그는 ‘반공단체’ 성격을 지닌 호국보훈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새노조는 성명에서 “‘이정현-김시곤 녹취록’에 대해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장한 ‘청와대의 통상적인 업무’가 현재 고대영 사장에게도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번 사드 해설에 대한 간섭과 통제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면 고 사장은 더이상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미 9시 뉴스는 오래전부터 사드와 관련해 청와대, 국방부 옹호 논리로 점철돼 버렸지만 그나마 신중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전해오던 뉴스해설마저 한목소리로 통일됐다”며 “사드 문제에 대한 ‘보도 지침’이 현실화됐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홍보실 관계자는 “고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팩트 중심으로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으나, 특정 뉴스해설을 언급한 일은 없다. 새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다음날 보도본부 회의에서도 이 같은 사장의 뜻이 전달됐고, 그 뒤 해설국장이 해설위원들과의 회의에서 ‘민감한 사안이니 유념하자’ 정도로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해설위원 인사와 관련해서도 “보도본부장이 인사 희망을 물은 바 있으나, 사드 뉴스해설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단행된 인사발령에서 해당 해설위원 가운데 1명은 방송문화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2년 전인 2014년 6월 당시 길환영 한국방송 사장은 ‘수시로 보도에 개입했다’는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의 폭로에 따라 사장직에서 해임된 바 있다. 최근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 전 보도국장 사이의 통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이 공개돼 ‘보도 개입’ 문제가 다시 불거졌으나, 한국방송은 이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보도국 간부들이 주축이 된 것으로 알려진 ‘기자협회정상화추진모임’은 지난 14일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녹취록 공개를 “특정 정파에 치우친 세력의 주도 아래 공개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아래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해당 뉴스해설들 전문이다.
■ 2016년 2월11일 <뉴스광장> 뉴스해설
국가이익이 최우선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북한의 선택이 동북아 안보 판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북한이 촉매가 된 새 판짜기의 당사자들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 한국입니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도 잘 지내면서 발전과 평화를 모색했던 우리나라야말로 가장 힘든 선택에 내몰렸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고고도 미사일, 즉 사드 배치의 현실화와 개성공단 가동의 전격 중단입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국제 평화를 해치는 정면 도전이며 반드시 그 잘못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로 요약됩니다. 미국은 “동맹국의 안전을 직접 위협한다”며 특히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은 흔들림 없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며 독자적 대북제재까지 공언했습니다. 세 나라의 이런 인식으로 수년간 잠복상태였던 사드 배치 논의가 급진전됐습니다. 한미 실무협의단을 이달안에 만들어 상반기에 배치를 확정할 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또 다른 당사자인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입장과는 사뭇 다릅니다. 유엔 차원의 사실상 느슨한 북한 제재를 선호해온 중국의 입장은 특히 강경합니다. 오래전부터 사드 배치에 반대해온 만큼 중국은 동북아의 긴장만 높일 뿐이라며 우리 측에 공식 항의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국이 대가를 치를 거라고 경고합니다. 한중교역량은 미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 많고 가장 큰 무역흑자도 중국에서 나오는 게 현실입니다. 대외의존형인 우리의 경제적 이익과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군사안보적 이익 그 어느 쪽도 버릴 수 없습니다. 사드 배치 논의가 공식화됐지만 최종 결정까지는 굳이 서두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개성공단 철수 이상으로 북한을 압박하려면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가 필수적입니다. 앞으로 험난한 협상 과정에서 당사국들은 국제정치의 영원한 철칙인 국가이익을 최우선시할 것입니다.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우리야말로 그래야 합니다. 눈앞이 아닌 장기적인 국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 2016년 7월11일 <뉴스광장> 뉴스해설
사드 배치 결정…과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사드 배치가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후폭풍이 거셉니다. 예상이 되긴 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대단히 거셉니다. 심지어 군사적인 대응까지 언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드 배치 지역으로 거론되는 지역들까지 강하게 반발하면서 앞으로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일단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견제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 즉 MD를 한반도에 들여와 양국의 핵전력을 무력화시키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반도를 겨냥한 미사일 기지의 전진 배치 등 군사적인 대응까지도 시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특히 관영매체를 동원해 한국에 대한 경제적인 불이익 조치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드가 실전 배치되는 내년 말까지 이러한 군사적, 경제적 위협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위협이 그저 위협에만 그칠 것이냐는 점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대립 구도가 실제화될 가능성입니다. 정치권의 경우 야권은 특히 앞으로의 중국과의 관계에 우려를 쏟아내면서 결정 철회를 위한 공조 체제를 점차 가시화시키고 있습니다. 부지 선정과 관련해서는 지금 거론되고 있는 칠곡, 평택, 원주, 음성, 기장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반대 움직임이 들끓고 있습니다.
어떤 것도 국가 안보 보다 중요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어떤 압력에도 안보주권은 당당히 얘기해야 합니다. 최선의 설득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 어느 때 보다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 2016년 7월15일 <뉴스광장> 뉴스해설
사드 배치, 최선 다해 이해 구해야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배치 장소가 경북 성주로 결정됐습니다. 성주 군수는 즉각 단식투쟁에 돌입했고 주민 5천여명은 사드 배치 반대 궐기대회를 여는 등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군수와 일부 주민들은 국방부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성주 군민들의 반발에 대해 어제 아셈 출발에 앞서 긴급히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한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차례의 시뮬레이션과 검토 끝에 성주가 최적의 후보지라는 판단이 나오게 된 것이라며, 그러나 워낙 위중한 사안이라 광범위한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을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최선을 다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입니다. 지역 주민의 건강과 농산물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객관적이고도 과학적인 증거를 들어 밝혀서 전자렌지 참외 등 괴담을 잠재워야 합니다. 주민 피해에 대한 보상과 지원에도 소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민 설득에 앞장서야 할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성명서를 낸 것은 집권여당답지 못한 일입니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보다 지역주민의 정서에 영합하는 행위로 보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일입니다. 수많은 국난 속에서도 굳은 의지로 나라를 지켜왔던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현시켜 북한의 어떤 도발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디스팩트 시즌3#10_이정현 보도 개입, 박근혜 정부 첫해부터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주한미군 배치 결정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개념도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디스팩트 시즌3#10_이정현 보도 개입, 박근혜 정부 첫해부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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