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제2부속실이 보유하고 있는 시계형 캠코더(시계 몰카).
“청와대가 무슨 흥신소냐”
17일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에선 청와대 제2부속실이 ‘몰카 시계’를 구입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박지원 비대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박근혜 정부 2년차에 벌써 정권 말기 증상 보인다”며 정윤회씨 등 이른바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의혹을 언급하며 “심지어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실에서 몰카까지 구입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청와대가 흥신소냐, 연설 기록하는 데 왜 몰카를 사용하냐”며 “대통령의 모든 말은 녹음한다. 저의 모든 경험을 동원해서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몰카 시계로 누구를 감시했는지 알고 싶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은 “박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하는 특별검사와 국정조사를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또 국무총리를 필두로 내각을 전면 개편해 새로운 각오로 집권 3년차를 맞아야 한다. 그래야 레임덕에 빠지지 않고 흔들리는 국정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에 관해 질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앞서 전날 열린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안봉근 비서관이 있는 청와대 제2부속실이 지난 5월 시계처럼 생긴 몰래카메라 2대를 구입한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이 몰카는 녹음과 녹화가 가능한 소형 장비로 주로 몰래카메라로 사용되는데, 남성용은 시계 자판 숫자 6 자리에, 여성용은 숫자 12 바로 위에 초소형 카메라가 달려 있다. 남성용은 1개가 34만원, 여성용은 19만8000원이다.
최 의원이 “그냥 시계가 아니라 몰래카메라다. 청와대 제2부속실에 왜 이런 게 필요하냐”라고 묻자 정홍원 국무총리는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사용하려고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대통령 참석 행사 등에서 참석자들의 얘기를 기록하기 위해 구입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섞여서 얘기하면 목소리만 듣고는 누가 누구인지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얼굴까지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구입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설기록비서관실에는 이미 리코더가 15개가 있어 정 총리와 민 대변인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유주현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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