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회·정당

안철수 “박 대통령, 지금은 미생의 죽음 어찌 보시나”

등록 2014-03-30 19:52수정 2014-04-02 10:39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오른쪽)가 30일 오전 서울역에서 벌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범국민 서명운동’에서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서명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오른쪽)가 30일 오전 서울역에서 벌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범국민 서명운동’에서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서명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기초선거 공천 폐지 논의하자” 영수회담 전격 제안
박 대통령의 ‘미생지론’ 거론하며 압박…승부수 던져
‘박근혜 대 안철수’ 구도로…제1 야당 대표 존재감 부각
새 정당 출범 닷새째인 30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1대 1로 만나 박 대통령이 2년 전 대선 후보 시절 내세웠던 기초공천 폐지 약속을 왜 안지키려 하는 지 얘기해 보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안 대표의 제안을 당장 받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실현 가능성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가 1대 1 만남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기초공천 폐지를 둘러싼 갈등의 초점을 당 내부에서 외부로 이동시켜 전선을 ‘박근혜 대 안철수’, ‘새누리 대 새정치연합’으로 새롭게 형성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초공천 폐지 문제는 여야 간 대립보다는 새정치연합 내부 공방에 가까웠다. 현실론과 명분론의 충돌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기초공천 폐지를 전제조건으로 새 당이 만들어진 이상, 이젠 당 내부에서 할거냐 말거냐를 두고 싸우는 것은 의미없는 논쟁”이라며 “안 대표가 박 대통령을 걸고 나선 것은 싸움의 에너지를 밖으로 투사하는 효과가 있다”고 짚었다. 안 대표는 지난 28일 정강정책을 소개하는 방송연설에서도 기초공천 폐지에 대해 “지금은 잠시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길”이라며 대의명분을 택하겠다고 강조해 이 부분에 대해선 양보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래프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그러나 선거는 냉혹하다. 새정치연합이 6·4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이 안 대표에게 집중되면서 ‘정치인 안철수’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미 강을 건넌 그로선 결국 기초공천 폐지를 고리로 강력한 대여 공세 구도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안 대표는 특히 이날 박 대통령의 전매특허인 ‘원칙과 신뢰의 정치’를 약속 이행의 근거로 걸었다. 박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인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맞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늘 사용했던 언어다. 안 대표가 이 ‘약속윤리의 화법’을 고스란히 따른 것은 박 대통령을 기초공천폐지 논의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강하다. 안 대표는 4년 전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벌어졌을 때, 당시 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내세웠던 ‘미생지신’(尾生之信)도 언급했다. 미생지신은 오지 않는 연인을 다리 밑에서 계속 기다리다가 결국 홍수에 쓸려 숨진 춘추시대 노나라 인물 미생에 관한 고사다. 박 대통령은 그때 “미생이 진정성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안 대표는 이를 거론하며 “지금 박 대통령께서는 미생의 죽음을 어떻게 보고 계시느냐”고 물었다.

안 대표의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이날 발언은 그동안 속을 짐작할 수 없던 애매모호함에서 벗어나 현실 정치인으로 바뀌고 있음도 보여줬다. 그동안 안 대표와 거리를 둬온 민주당 출신의 한 원로는 “야당 지도자로서 제기한 이슈를 책임져 보겠다는 것은 올바른 태도다.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진화 과정에 들어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통령과 1대 1로 만나자는 것도 야권 대표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예전에 안 대표는 민주당과 새누리당 양쪽을 향해 메시지를 던져야 했으나 이젠 제 1야당 대표로서 여권이라는 분명한 타깃이 있는 상황으로 진입했다”며 “대선만큼은 아니지만 그가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 전달자로서의 위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반 국민들에게 피부에 와닿지 않는 기초공천 폐지라는 쟁점을 어떻게 전개·변주·확대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방법론이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이명박 정부 심판론과 함께 무상급식 같은 생활 이슈가 더해져 야당이 표심을 잡을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박근혜 정부의 실정론이 폭넓게 확산되지 않고 여권과 각을 세울 만한 생활 이슈도 또렷하지 않다. 이철희 소장은 “기초공천 폐지를 출발선 삼아 경제민주화·복지정책 등 각종 개혁공약 후퇴문제까지 함께 묶어 ‘약속파기 세력 대 약속준수 세력 ’ 전선을 두텁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경호처, “하늘이 보내주신 대통령” 합창 경찰에 30만원씩 격려금 1.

경호처, “하늘이 보내주신 대통령” 합창 경찰에 30만원씩 격려금

한동훈 ‘목격담 정치’ 부르릉~ 2.

한동훈 ‘목격담 정치’ 부르릉~

오세훈·홍준표-이재명 맞대결 41% 접전…2030 남녀 표심 ‘정반대’ 3.

오세훈·홍준표-이재명 맞대결 41% 접전…2030 남녀 표심 ‘정반대’

민주 “윤석열 석방 요구한 국힘, 역시나 내란옹호당” 4.

민주 “윤석열 석방 요구한 국힘, 역시나 내란옹호당”

선글라스 낀 국회‘요원’ 박주민입니다…“전 국민 듣기평가 또 시작” 5.

선글라스 낀 국회‘요원’ 박주민입니다…“전 국민 듣기평가 또 시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