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독자세력화’ 요구 김성식 회의 불참
중도층 핵심 지지자들 이탈 우려
“민주 변하겠나” 혁신 의지 의구심도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대해 격론이 있었고 반대 의견도 상당히 있었다.”

2일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중앙운영위원장이 민주당과의 창당·통합 결정을 발표한 뒤 금태섭 대변인은 “내부에 우려가 많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대부분 ‘환영한다’며 비교적 밝은 표정을 지은 민주당과 달리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표정이 굳어 있었다. “큰 뜻에서 동의한다”면서도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실무자는 “두 세력이 기초공천 무공천에 함께하고 선거연대를 한다 정도의 발표를 할 줄 알았는데 뜻밖이었다”고 털어놨다.

내부 반발도 불거졌다. ‘독자세력화’ 입장이 확고했던 김성식 위원장은 아침 회의에서 반대 뜻을 밝힌 데 이어, 저녁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꿈을 마음에 묻으며’라는 제목으로 “대안정당을 만들어 우리 정치 구조 자체를 바꿔보려는 저의 꿈이 간절했기에 고개부터 숙이고 오랜 기간 홀로 근신하고자 한다”고 썼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그동안 기존 양당 구조를 기득권 정치로 비판하며 새정치를 주장해온 명분이 퇴색될 수 있고, 중도 성향인 핵심 지지자들의 이탈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가 하던 얘기와 너무 다른데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 ‘민주당하고 합치는 게 새정치냐’고 욕할 텐데 방어할 논리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특히 기존 정치권의 구애를 뿌리치고 합류한 분들이 많이 당황해하고 있다”고 내부의 기류를 전했다. 한 공동위원장은 “당장 호남지역 반발이 있고, 민주당과 같이한다는 것에 영남지역 반발도 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안 위원장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쇄신하지 않는 상태라면 일고의 가치도 없지만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민주당이 변화한다면 그 자체가 새정치라고 생각한다”고 통합의 명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혁신 의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126석의 거대 정당에 흡수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새정치연합의 또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이 어떤 곳인데 과연 변화할지는 의문이다. 당장 지방선거 출마 문제 등을 두고 부딪히겠지만 우리는 아직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 쪽 핵심 인사는 “민주당에 대한 의구심과 우려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주장해온 새정치라는 가치에 방점을 찍은 결정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새정치연합 사무실에는 안 위원장의 결정에 의구심을 표하거나 반발하는 지지자들의 전화벨이 하루 종일 울렸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