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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남재준, 대놓고 ‘거꾸로 행보’…박 대통령 신임이 ‘부채질’

등록 2013-10-09 20:09수정 2013-10-09 21:17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정조사 앞두고 대화록 공개
국내수사 폐지 하랬더니 강화
북한정보 공개 악영향 모르쇠
박, 댓글사건에 ‘셀프개혁’ 주문
독불장군식 행보에도 ‘편들기’
정보기관 역할 인식부족 지적
국정원, 정치개입 노골화 가속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가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퇴행이 계속되고 있다. 남재준 원장 취임 이후 국가기밀 무단 공개와 북한 정보의 의도적 과다 노출 등 일탈 행위가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정보 누설 행위는 국내정치 흐름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어, 국정원이 불법적인 정치개입을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대선 때의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을 계기로, 국민적 여론은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막고 순수한 국익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재준 국정원’은 오히려 고비마다 적극적으로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를 공개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남 원장은 당시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라며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던 정상회담 대화록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조차 국가기밀인 대화록의 공개를 결사적으로 거부했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남재준 국정원’은 이 때문에 외국 언론한테서조차 “기밀 누설자”(월스트리트 저널), “정치적 선동꾼”(워싱턴 포스트)이라는 조롱을 받게 됐다.

국정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7월 초로 예정돼 있던 ‘국정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를 불과 며칠 앞두고 벌어졌다. 국정조사의 예봉을 꺾고 국민적 관심을 딴 데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7월 초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주장하는 대변인 성명을 느닷없이 내놓은 것도 같은 목적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 댓글 사건의 진상 규명과 사과를 줄곧 거부하면서 오히려 국정원의 국내수사권을 강화하겠다는 주장도 남재준 국정원의 ‘역행성’을 잘 보여준다. 남 원장은 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댓글 사건에 대해서는 “전직 국정원장이 한 일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재판이 끝나 사과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서는 “운영이든 조직이든 정치개입을 안 하겠다”면서도 “이적단체와 간첩 적발 등 국내외 활동 융합”, “국내수사파트의 대폭 보강”을 주장했다. 이는 정치개입의 여지를 오히려 넓히는 것으로, 수사권 폐지·이관이라는 야당·시민단체 요구와 정면 배치된다.

남 원장이 8일 정보위에서 북한군 전방부대의 신무기 배치, 영변 원자로 재가동, ‘3년 내 무력통일 호언’ 등 북한 관련 정보를 대거 ‘공개’한 것도 정보기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김정은 리더십에 대해 북한 간부들이 면종복배하고 있다”는 등 김 제1비서와 관련된 내용은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내용으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불교방송> 인터뷰에서 “남재준 원장의 발표에 대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이 남북관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 원장의 정보위 발언은 공교롭게도 국정원법 개정이 논의될 정기국회 활동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나왔다.

남재준 국정원의 퇴행은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에 기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댓글 사건 이후 국정원에 ‘셀프 개혁’을 주문한 데 이어 대화록 공개에 대해서도 지난달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며 남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금 국정원은 최고의 정치집단처럼 행세하고 있다”며 “적극적이든 암묵적이든 대통령의 동의 없이 정보기관장이 이렇게 독주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정보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인식 부족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정보와 첩보가 뒤섞여 있고, 전체적으로 정보의 질이 떨어진다”며 “국정원이 정보기관의 역할을 국내의 정치적 방향에 맞췄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이 정보를 그런 방향에 맞춰 생산·유통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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