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 의원실 북새통…김재연 실신
변호인 오고서야 수원지법 호송

이석기, 구인 상황서도 결백 주장
“철저히 조작…정의가 승리할 것”

본회의 신상발언 길어지자 고함
진보당 의원들 단상 피켓시위

이석기 통합진보당(진보당) 의원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처리되는 동안 대체로 침착한 표정을 보였다. 진보당 의원들도 손팻말을 들거나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비교적 차분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등 예상보다는 조용하게 넘어가는 듯했다.

이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국회의사당 본관 앞 중앙 계단에서 당원들에게 “체포동의안 처리는 민주주의가 여의도에서 죽어 있음을 선포한 것이다. 난 진실을 믿고, 우리 국민을 믿고, 정의가 승리할 것을 믿는다”고 했다. 그는 여유로운 웃음도 지어보였다.

그러나 이날 밤 국정원이 이 의원에 대한 구인영장 집행을 시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국정원 직원 30여명이 국회의원 회관 520호 이 의원 방으로 진입하면서 이를 막으려는 진보당 의원·당원들과 국정원 직원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욕설이 난무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이 의원과 진보당 쪽은 허를 찔린 듯한 분위기였다. 본회의가 끝난 뒤 국회 안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이 의원은 국정원의 구인 방침을 접하고 서둘러 의원회관으로 향했다. 핵심 당직자는 구인 방침을 취재진에게 전해 듣고 “정말이냐? 내일(5일) 이 의원이 직접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나가려 했는데…”라며 당황해했다.

국정원은 오후 6시께 수원지법이 이 의원의 구인영장을 발부하자 곧바로 직원들을 국회 의원회관으로 보냈다. 오후 7시30분께 국회에 도착한 국정원 직원들이 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이 의원은 “변호사가 도착하면 자진해서 나가겠다”며 집행에 응하지 않은 채 의원실 안에 머물렀다. 그 사이 복도에서는 국정원 직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진보당원들이 뒤엉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재연 진보당 의원이 잠시 실신하기도 했다. 대치한 지 50분쯤 지난 8시20분께 변호인이 도착하자 이 의원은 김선동·이상규 의원이 앞장선 가운데 의원회관을 나와 수원지법으로 호송됐다.

이날 밤 9시25분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끌려 수원지법 영장실질심문실로 구인된 이 의원은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철저히 조작됐다. 혐의 인정 안 한다”며 “진실을 믿는다.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거듭 미소를 지었지만,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앞서 이 의원을 비롯한 앞서 진보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안에서 손팻말시위, 신상발언, 질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체포동의안을 부결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이들 6명을 포함해 14명의 의원들만 반대표를 던졌다. 당사자인 이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신상발언에서 “역대 독재정권이 조작했던 내란음모 사건들은 단 한건의 예외도 없이 모두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불과 몇달만 지나면 무죄로 끝나고 말 저에 대한 내란음모 조작에 국회가 동조하는 건 역사에 두고두고 씻을 수 없는 과오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발언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계속 말을 이어가자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들어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오병윤 진보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하는 동안에도 일어나 삿대질을 하면서 “쓸데없는 궤변 늘어놓지 마”라고 소리쳤다.

새누리당은 모두 153명의 의원 가운데 부친상을 당한 정의화 의원과 수감중인 정두언 의원을 제외한 151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하는 등 결속력을 보였다. 김진태 의원은 본회의 질의를 통해 “오늘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에서 종북세력을 뿌리뽑는 데 정파를 떠나 힘을 모아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앞서 체포동의안이 상정된 뒤 이유 설명에 나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검사 시절 내내 공안 사건만 다룬 정통 공안검사 출신답게 기존 판례부터 내란음모의 구성요건까지 비교적 상세히 보고해 눈길을 끌었다. 송채경화 하어영 기자 khsong@hani.co.kr

이석기 체포동의안 통과 이후의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