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0일 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경제문제를 놓고 열띤 논박을 벌였다. 그러나 한정된 시간과 미비한 토론방식 탓에 후보들 주장의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일부 있었다. <한겨레>는 지난 4일 첫번째 대선 후보 토론회 직후 보도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사실관계에 대해 주장이 엇갈린 부분의 쟁점을 ‘팩트체크’ 형식으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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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부자감세 혜택 절반이상 서민·중기에?
박-문 후보 수치 모두 과장
규모는 ‘문후보 100조’ 근접

박근혜 후보는 10일 토론에서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 앞에) 부자를 앞에 붙이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감세가) 상당 부분 실현됐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부자감세 (혜택) 90% 이상이 재벌·대기업에 돌아갔다는 통계가 있다”고 재반박하면서, 현 정부의 감세규모가 100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9월4일 기획재정부가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8~2011년 4년간 감세로 줄어든 세수는 88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58.7%인 52조1000억원이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귀착(수혜)됐다고 밝혔다. 감세 효과가 부자와 대기업에 얼마나 돌아갔는지에 대한 팩트는 문 후보의 ‘90%’와 박 후보의 ‘상당 부분’ 사이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근로소득세(2010년 기준)의 경우, 근로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총급여 연간 5500만원(비과세 소득 제외) 이상 소득자 90여만명이 감세액의 41%를 가져가고, ‘중산층 이하 서민’인 연간 5500만원 이하 소득자 830여만명이 나머지 감세액 59%를 가져간다. 이를 고려하면, 연간 총급여 5500만원으로 나눠지는 부자와 서민의 1인당 감세 혜택은 13배가 된다. 이는 소득이 높을수록 감세 혜택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부자감세 혜택 90%’ 주장은 개인이 아닌, 기업 법인세를 두고 한 이야기인 것으로 추정된다. 법인세의 경우, 이명박 정부 들어 공제·감면액 증가분의 96%가 대기업에 돌아갔다. 이때 대기업이란 조세특례법상 매출 1500억원 이상 또는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을 말한다.

감세 규모에 대해선 문 후보 쪽 주장(100조원)이 사실에 가깝다. 토론회 직후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문 후보의 “부자감세 100조는 근거가 잘못됐다. 실제 감세 효과는 63.8조원”이라고 밝혔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 4년 동안 감세 규모가 88.7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기간을 현 정부 임기 5년으로 늘리면 감세 규모는 100조원을 넘게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09년과 2010년 이명박 정부의 감세 규모를 각각 82조원, 90조원으로 추계한 바 있다. 여기에는 땅부자들한테 매기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감세와 조세 감면은 빠진 수치여서, 실제 감세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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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박근혜, 80년대초 받은 성북동 집-6억 세금 미납?
경남기업서 제공…증여세 확인 안돼
6억 상속세 3억 넘어…과세시한 지나

10일 밤 대선후보 2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세금 미납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차 토론에서 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원’을 추궁했던 이 후보는 이번에는 “경남기업에서 받은 집은 증여세를 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가 말한 집은 1982년 신기수 경남기업 회장이 박 후보에게 준 성북동 집을 말한다. 박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신 회장은 당시 박 후보에게 “아버지 유품을 보관할 곳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300평가량의 성북동 집(현재 시가 50억 추정)을 조건 없이 줬다. 박 후보는 이를 받아 1982년부터 1984년까지 이곳에서 살았고, 이후 이 집을 팔아 장충동을 거쳐 1990년 현재의 삼성동 자택으로 이사했다. 이와 관련해 박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청문회에서 “그때 법적으로 세금 관계나 모든 것을 (신 회장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기에 믿고 맡겼다”고 답한 바 있다. 박 후보는 성북동 집과 관련해 증여세를 납부한 적이 없다. 신 회장이 당시 박 후보를 대신해 증여세를 납부했는지에 대해선 국세청도 “오래전이라 확인하기 힘들다”고 밝히고 있다.

이 후보는 또 이와 별도로, 박 후보를 향해 “(1980년)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받은 6억원에 대해 상속세나 증여세를 냈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한테 받은 6억원에 대해선, 이를 박 전 대통령의 유산으로 볼 경우에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 당시 세법을 기준으로 3억4597만원이 된다.

그러나 6억원에 대한 상속세나 성북동 집에 대한 증여세를 징수할 수 있는 기한은 1990년 이전까지는 5년이어서, 박 후보가 이에 대한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미 과세나 처벌의 대상은 안 된다. 더욱이 6억원의 경우, 박 후보 쪽 주장대로 ‘유족 위로금’으로 볼 경우, 애초부터 과세 대상이 되기 힘들다는 해석도 있다.

조혜정 최현준 기자 zesty@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캐스트 #11> 박근혜 ‘비선4인방’ 심층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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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이정희, 중도사퇴땐 국고 27억 ‘먹튀’?
후보 낸 정당에 보조금…‘회수 규정’ 안둬
선관위 “사퇴도 선택, 먹튀로 볼수 없어”

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는 이정희 후보의 거센 공세에 맞서 “이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고 하던데, 후보 등록을 해서 선관위에서 보조금 27억원을 받지 않았느냐? 요즘 하는 말로 ‘먹튀’ 아니냐?”고 반격했다. 박 후보는 1차 토론회 때도 이 후보와 문 후보를 한 묶음으로 취급하며 ‘보조금만 받고 사퇴하는 건 부도덕한 행위’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이 후보가 받은 보조금 27억원은 평소 정당에 분기별로 지급되는 정당보조금과 다르다. 전국단위 선거에서 후보를 낼 때만 받게 되는 ‘선거 보조금’이다. 이는 현행 정치자금법 25조에 따른 것으로, 정치자금법은 ‘전년도 소비자물가변동률’을 적용하는 보조금 액수 규정까지 정해놓고 있다.

박 후보가 ‘먹튀’라고 지적한 것은 현행 정치자금법에 보조금을 받은 정당의 후보자가 중도 사퇴하더라도 이를 회수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투표시간 연장 법안’ 처리를 주장하는 민주당에 ‘먹튀 방지 법안’을 동시에 논의하자며 연계처리를 제안했다가 문 후보가 이를 수용하자 연계처리를 거부한 바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투표일 전에 사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먹튀’로 보기 어렵다. 이 후보가 사퇴 이유로 내세울 것으로 보이는 ‘연합정치’도 통상적인 정당 활동에 속한다는 2004년 5월31일자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정치를 위한 중도 사퇴도 선거전에서 정당이 택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또 현행 정치자금법은 보조금 사용 용도를 ‘선전비, 인건비, 사무소 설치·운영비’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 후보는 이런 용도로 현재까지 27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 후보 캠프의 회계 담당자는 “선거 예산으로 35억원 지출을 계획했고, 현재까지 32억원 정도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선전비에 해당하는 펼침막 3800개에 3억원, 유세차 17대에 6억원, 각 가정에 배달되는 8쪽짜리 공보물에 13억3000만원 등이 주요 지출 내역이라고 그는 전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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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비정규직 해소땐 신규채용 감소?
정규직 전환 방식따라 기업부담 큰 차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0일 텔레비전 토론에서 ‘비정규직을 줄이면 기업의 신규 채용이 감소한다’는 논리를 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도 비정규직을 줄이겠다고 해 놓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고용이 줄어든다고 비판하는 것은 자기 공약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규직 전환→고용비용 증가→신규 채용 축소’라는 논리가 현재 고용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는 않다. 역설적으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여서까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고용비용이 일정 부분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방식에 따라 기업이 추가부담하는 비용의 규모를 달리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2006년 비정규직 신분이던 창구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했지만, 기존 정규직과 달리 임금과 복지 등에 차이를 두는 분리직군제를 도입해 우리은행이 진 부담은 크지 않았다. 기존 정규직도 당해분 임금 인상분을 반납했다. 물론 신규 채용도 줄지 않았다.

비정규직을 많이 쓰는 제조 대기업의 경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신규 고용의 상관도가 높지 않다. 현대자동차는 10년간 정규 생산직을 거의 채용하지 않았다. 이는 비정규직 사용에 따른 제약 때문이 아니라 해외투자와 해외고용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신승근 김경락 이태희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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