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 6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국민대표100인’이 자리한 가운데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 뜻을 밝힌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12 대선주자 탐구 | 손학규
정치인 삶의 빛과 그림자
정치인 삶의 빛과 그림자
“서울시 불끄고 혁명 일으키겠다”
학생·노동운동하다 체포된 투사
93년 민자당 입당 이후 행적 ‘굴절’
5년전 탈당했지만 아직도 ‘굴레’
오락가락 행보 “정체성 모호” 지적 “지금 내게는 또 하나의 욕망이 있다. 이제는 제발 그 ‘주홍글씨’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말이다.” 손학규가 지난 5월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적은 ‘내 마음의 책임 면제철’이라는 글의 일부다. 손학규는 이 글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자신이 1993년 민자당 입당과 2007년 한나라당 탈당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지난 7월3일 민주평화연대(민평련) 간담회에서는 “김근태 의장이 ‘손학규 참 좋은 사람인데…’ 하고 뒷말을 잇지 못하고 돌아가신 데 대한 죗값을 갚고자 한다”며 정치적 고비마다 따라붙는 ‘한나라당 출신’이란 꼬리표에 대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주홍글씨를 지운다, 멍에를 벗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 과정 또한 민주운동 세력의 한 분열이었다고 본다. 그 마음속에 있는 것을 저 혼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치유하고 통합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는 김근태의 경기고-서울대 동창이자, 민주화운동을 함께 한 동지였다. 5년 전 일이지만, 손학규에겐 아직도 탈당의 굴레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일 <내일신문>이 발표한 ‘국민 눈에 비친 손학규 이미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손학규의 부정적 이미지’를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18.3%가 ‘탈당·철새’ 이미지라고 답했다. ‘모름·무응답’(48.7%)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1965년 서울대에 입학한 청년 손학규는 1980년까지 노동·빈민운동을 하면서 혁명가를 꿈꿨다. ‘한국전력에 들어가 노조를 장악한 뒤 서울시의 불을 다 끄고 혁명을 일으키겠다’(2011년 9월16일 당 회의 공식발언)고 마음먹을 정도였다. 손학규는 한국전력에 합격까지 했으나 출근하지는 않았다.
손학규는 1979년 계엄사령부에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하다, 박정희의 갑작스러운 사망(10·26)으로 풀려난 뒤 1980년 초 영국 유학길에 오른다. 민주화운동을 하던 그가 1980년 5월 광주가 피에 물들고 김대중이 사형을 선고받던 모진 세월에 국내에 없었다는 게 그에게 채워진 첫 굴레였다. 1988년 정치학 박사로 한국에 돌아와 인하대와 서강대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던 그가 민주화 세력과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1993년이었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였던 손학규는 그해 봄 경기도 광명 보궐선거에서 민자당 후보로 출마한다. 손학규는 “주저함이 없었던 건 아니다. 와이에스(YS) 정부는 군사독재의 산물인 노태우의 민정당, 김종필의 민주공화당과의 3당 합당으로 태어난 민자당 정권이 아닌가”라면서도 “김영삼 대통령이 문민대통령으로서 지난 정권과 분명한 차별성이 있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구 김근태를 비롯해 그와 함께했던 민주화세력은 손학규에 대한 배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민자당 입당 무렵) 근태와 김대중-김영삼 노선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한 적이 있다. 나는 ‘김영삼도 민주주의자’라고 했고, 근태는 ‘어떻게 김영삼이 민주주의자냐’고 했다”며 정치노선을 두고 김 전 고문과 설전을 벌이던 순간을 전하기도 했다.
민자당 의원이 된 손 후보는 국가보안법 폐지, 햇볕정책 계승 등 당내에서 개혁 노선을 지향하긴 했지만, 당 대변인을 맡아 당시 야당 대표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호되게 비판하면서 민주 진영과 한번 더 깊은 골을 만들었다. 손 후보는 블로그에서 “나는 이미 진영논리에 깊이 빠져들어 있었고, 그 진영 내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에 급급했다”며 “대변인으로서의 손학규는 김대중과 야당을 갖은 논리로 공격하는 데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손학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다 경선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며 탈당한다. 그리고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해 경선 후보가 된다. 손학규는 “와이에스가 힘이 빠지고 옛 민정계 세력이 당의 중심이 되면서 개혁은 퇴색하고,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수구적·권위주의적 행태가 되살아났다”며 “2007년 내가 걸어왔고 걸으려 했던 본래 나의 길을 가기 위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지금의 민주당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지지자들로부터 배신과 배반이란 말을 듣게 된 순간이었다.
손학규는 민주당에서 두 번의 당 대표를 지냈고, ‘험지’로 꼽혔던 분당에 출마해 승리하는 공을 세웠다. 정치권에서 ‘손학규의 주홍글씨를 지워줄 때도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손학규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손학규의 탈당 전력에 대해 방패가 돼주고 있다. 최 교수는 지난 7월5일 열린 <저녁이 있는 삶> 출판기념회에서 “저와 김근태와는 선택을 달리했던 손학규가 우리와 함께하는 길에 합류하게 된 건 분명히 보수적 개혁의 길에서 그 한계에 이르기까지 헌신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80년대 운동세대들 사이에서 손학규와 같은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활동가를 한나라당에 갔다 왔다는 사실만으로 민주주의 정치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민주화의 역사를 모르는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홍글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지난 7월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지지율은 1.9%에 불과했다. 풍부한 경험과 잘 준비된 정책을 들고나온 손학규의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를 ‘모호한 정체성’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손 후보 약점 가운데 하나는 ‘손학규’ 하면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일 <내일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손학규의 긍정적 이미지’를 묻는 항목에 51.7%가 ‘모름·무응답’, 23.1%가 ‘이미지 없음’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74.8%가 손학규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손학규다움’이 없다는 것은 대선주자로서 치명적인 약점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정치인이 높은 지지를 받으려면 강렬한 이미지가 필요하다”며 “노무현은 3당합당 반대, 지역주의·보수언론과의 싸움 이미지가 있었고, 이명박은 샐러리맨 신화와 청계천이 있었다. 박근혜도 박정희의 딸, 선거의 여왕, 원칙주의자 이미지가 있지만 손학규에겐 대중적 호소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손학규의 대답은 “시대는 이미 진보·복지의 시대로 들어섰다. 복지를 하면서 경제를 뒷받침하는 지도자가 누구인가. 거기에 손학규의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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