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민주 공천자 직업분석
요즘 정치권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노동’이다. 800만명을 넘어선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리해고에 따른 실업자 문제 등은 사회적 이슈를 넘어선 지 오래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뿐 아니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기존 정당들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노동 중시를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총선 후보자 공천에서는 노동자 대표가 미미하다. <한겨레>가 13일까지 이뤄진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지역구 공천자를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은 전체 184명 가운데 노동계 인사가 한국노총 출신의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을) 한명뿐이었다. 18대(3명)보다도 오히려 줄어들었다. 민주당은 대우자동차 노조 출신의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을)과 한국노총 출신의 김경협 후보(경기 부천원미갑) 등 6명이다. 18대(2명)보다 4명이 늘긴 했지만, 공천자의 6%에 불과해 노동자의 인구비율(32%)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삶의 뿌리인 농민(300만명)이나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도시 자영업자도 양당에서 한명도 공천을 받지 못했다.
사회 기층을 대표하는 후보자가 이처럼 적은 데 반해 법조인과 언론인, 학자, 관료 등 엘리트 출신 후보들은 넘쳐난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등 직업 정치인을 제외했을 경우 가장 수가 많은 직업군은 법조인이었다. 새누리당은 법조계 인사가 현재까지 29명(15.8%)에 이르렀으며, 민주당은 32명(16.1%)이었다. 이 중 이번에 새로 영입한 인사만 해도 새누리당 7명, 민주당 12명에 이른다. 새누리당의 7명은 정준길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서울 광진을)와 김도읍 전 부산지검 외사부장(부산 북·강서을) 등 모두 검사 출신이다. 민주당의 12명은 송호창 변호사(경기 의왕·과천) 등 변호사 출신 9명, 백혜련 전 대구지검 수석검사(경기 안산단원갑) 등 검사 출신 2명, 판사 1명(임지아 전 서울중앙지법 판사·서울 서초을)이다. 미공천 지역이 각각 40~60여군데가 남아 있어 법조인 출신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18대에 견주면 새누리당은 56명에서 29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고, 민주당은 26명에서 오히려 6명 더 늘었다.
언론인 출신도 여전히 두번째로 수가 많은 직업군에 속한다. 새누리당의 경우 18대 총선 때 22명에서 19대 때는 16명으로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텃밭인 경남 진주갑(박대출·서울신문 논설위원)에 전략공천을 하는 등 언론인 출신을 우대한 흔적이 역력하다. 민주당의 경우 18대(14명)와 비슷한 15명의 언론인 출신이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의 언론인 공천자는 서울 용산의 조순용 전 <한국방송> 앵커와 대구 북을의 이헌태 전 <매일신문> 기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어 교수·연구원 등 학계 인사들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각각 11명씩 공천을 받았다. 이 밖에 기업인은 새누리당에서 10명, 민주당에서 12명이 공천자로 확정됐다. 관료 출신은 각각 7명, 11명을 차지했다. 군과 경찰의 경우 새누리당에서 7명, 민주당에서 2명이 공천을 받았다. 대표적인 이해집단인 의사와 약사도 양당에서 4명씩 공천자로 확정됐다.
주요 정당의 공천 단계에서부터 이처럼 특정 집단에 편중될 경우 국민의 대표성은 편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18대 총선 당선자를 <한겨레>가 분석한 결과 법조인의 경우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은 무려 37명(지역 당선자의 15%), 민주당은 13명(5.3%)에 이르렀다. 언론인 출신도 한나라당은 18명, 민주당은 6명이나 됐다.
정치학 박사인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법률가 등 엘리트들을 정치적 대표자나 후보자로 많이 충원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적신호”라며 “정치의 엘리트화가 강화할수록 사회통합력이 약화될 뿐 아니라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를 남의 것으로 여기게 해 투표율도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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