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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후보들 비정규직 차별해소 ‘한소리’…해법은 제각각

등록 2007-10-21 20:39수정 2007-10-21 20:48

이명박 후보 쪽 전재희 한나라당 최고위원/정동영 후보 쪽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문국현 후보 쪽 신봉호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권영길 후보 쪽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이명박 후보 쪽 전재희 한나라당 최고위원/정동영 후보 쪽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문국현 후보 쪽 신봉호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권영길 후보 쪽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2007 대선 정책토론회] 일자리·경제 분야
대선후보 일자리 공약 뜯어보니

〈한겨레〉와 참여연대가 20일 공동 주최한 ‘100인 유권자위원회 정책평가 워크숍’은 각 후보 진영의 정책 책임자를 초청해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심층적으로 들여다 보기 위한 자리였다. 〈한겨레〉는 워크숍에서 다뤄진 각 후보의 공약과 토론내용을 △일자리·경제 분야 △교육 분야 △대표 공약 등 세 차례로 나눠 지면에 싣는다.

워크숍 행사에는 이명박·정동영·문국현·권영길 대통령후보 진영을 대표해 전재희 한나라당 최고위원, 류근관 서울대 교수, 신봉호 서울시립대 교수,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한겨레〉는 이인제 민주당 대통령후보 쪽에도 참석을 요청했으나, 이 후보 쪽은 “준비가 부족하다”며 다음 기회로 참여를 미뤘다.

이명박 “기업환경 조성-일자리 늘면 비정규직 문제도 해소”
정동영 “중기·서비스업 강화 성장동력 정규직 변환 기업에 인센티브”
문국현 “교대근무제 확대·학습조 도입 연8%성장 500만 일자리 창출”
권영길 “국가가 일자리 창출·관리 주요 기관산업 재국유화”

대선후보 일자리 경제분야 정책 비교
대선후보 일자리 경제분야 정책 비교
‘100인 유권자위원회 정책평가 워크숍’에서는 일자리 창출 방안과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놓고 네 후보 쪽 정책 담당자들이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네 후보 쪽 모두 일자리가 곧 복지이며,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지 않고선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선 서로 비슷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법은 제각기 달랐다.


■ 이명박 후보=이 후보 쪽은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연 7% 경제성장을 이루면 자연히 매년 일자리 60만개가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일자리도 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소된다는 게 이 후보 쪽 주장이었다.

이 후보 쪽은 △법인세율 20%로 인하 △공정거래법을 경쟁촉진법으로 전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기업활동·금융 규제 최소화 △노사관계 법 지배 확립 △경영권 보호장치 강화 등을 경제성장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 쪽을 대표해 나온 전재희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근본적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좋고 많은 일자리가 생겨, 노동 공급을 넘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경제가 성장해도 시장체제 왜곡으로 일부가 과실을 독점하는 구조에선 중소기업·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경쟁촉진법은 대기업이 자유로운 횡포를 부리도록 놔두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비판했다. 전재희 최고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데 필요한 규제는 해야 한다. 그러나 성장을 통해 분배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평생학습체제를 도입해 비정규직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임금체계를 성과급제로 전환하면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참여연대 등에선 회사비 유용금지, 이사의 자기거래 책임강화를 상법 개정안에 포함시키라고 요구하는데, 경영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전 최고위원은 “경영자의 탈법은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회사비 유용은 현행 형법으로도 처벌 가능하다. 상법을 개정해야 할지는 추후 검토해 답변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 정동영 후보=정동영 후보 쪽도 경제 성장을 통해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봤다. 성장 동력은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에서 찾았다. 특히 항공우주산업 육성과 남북 경제협력 강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 후보 쪽을 대표한 류근관 서울대 교수는 “자동차 부품은 2만개지만 비행기 부품은 20만개로, 항공산업은 부품소재산업 파급효과가 자동차의 3배에 이르고, 좋은 고용을 창출한다”며 “중소형 항공기로 특화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 쪽은 개성공단같은 남북 경협단지를 10개 더 만들어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 쪽은 △고용 창출 기업에 일시적으로 법인세 감면 △실업계 고교 졸업생이 중소기업에 3~5년 근무할 경우 병역 대체를 해주는 ‘중소기업 사회복무제’ 도입 △향후 5년간 ‘혁신형 중소기업’ 5만개로 확대 △전국 초중고교에 실버 폴리스를 배치해 노인 일자리 4만개 창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등을 일자리·비정규직 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장은 “그동안 성장률은 5%가 넘었고, 취업자는 2% 늘었지만 주어진 일자리에 질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일자리는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인데, 정 후보의 대책은 양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비정규직 문제도 별도 대책은 없이 시장과 경제성장 흐름에 맡겨, 잘 되면 좋고 안되면 안좋은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를 풀려면 노사정이 새로운 원칙 아래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답했다.

■ 문국현 후보=문국현 후보 쪽은 연 8%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500만개 창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문 후보 역시 정부가 아닌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보지만, 핵심은 중소기업이고 그 방법은 이른바 ‘유한킴벌리 모델’로 불리는 교대근무제도 확대와 학습조 도입이다.

문 후보 진영을 대표한 신봉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4조 3교대를 하면 1인당 근무 시간이 줄어, 남는 시간에 공부를 할 수 있고 그만큼 일자리도 늘어난다”며 이를 통해 일자리 200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건물 지을 때 이제는 반드시 주차장을 지어야 하는 것처럼, 지금과 같은 지식시대엔 반드시 학습시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경제 성장을 통해 240만개, 청년 일자리·사회적 일자리 60만개, 전문직 서비스업 10만개 등 일자리 500만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문 후보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 특별법 제정 △중소기업의 평생학습시스템 도입을 위한 인건비·컨설팅 지원 △해외 인력진출 확대 △정년 연장 △비정규직 채용 사유제한 등을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는 여성 일자리 창출 방안과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을 물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쪽의 신 교수는 “아파트 1층에 보육시설을 만들어 경제적 부담없이 24시간 마음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하겠다. 사회적 대타협은 현재의 노사정위 차원이 아니라, 국회·정부·시민단체·이해 관계자 등이 모두 참여하는 광범위한 차원”이라고 답했다.

■ 권영길 후보=권영길 후보의 일자리 대책 핵심은 국가고용책임제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노동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여기고, 기업이 아닌 국가가 일자리 창출·관리를 책임진다는 것이다. 권 후보 쪽은 특히 사회서비스 분야 투자를 강화해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국가고용원 설립 △생애주기별 노동자 평생교육·훈련 시스템 구축 △교육·훈련중인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보장 △주요 기간산업 재국유화 등을 제시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5년 안에 비정규직 400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기간제 사용 사유제한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국가고용책임제의 핵심인 국가고용원은 실업급여 지급에 치중된 현재 고용안정센터와 달리, 구조조정·정리해고·비정규직 남발 등 고용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비정규직 차별 철폐, 원하청 임극격차 해소, 최저임금 현실화, 간접고용 금지 등을 유도해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게 목표다. 평생학습 체제는 직업훈련 과정을 통해 고급 기술을 배우고, 나이가 들어서도 더 나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권 후보 쪽을 대표해 나온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은 “국가고용책임제는 연간 20조원의 재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회복지세 신설 등을 복안으로 제시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문국현·정동영 후보도 평생학습체제를 말하는데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문 후보 방식은 한 기업에선 성공할 수 있었지만, 대통령으로서 다른 기업들에게 명령할 수는 없다. 정 후보는 차별 없애자고 말하지만,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둔 채 기업이 주도하는 성장은 차별 성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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