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민주노동당엔 권영길 밖에 없나’ 식상함 지적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기대 채우지 못했다” 분석도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기대 채우지 못했다” 분석도
‘밀운불우(密雲不雨)’
주변 여건은 성숙했으나, 아무 일도 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을 일컫는 이 말은 요즘 민주노동당의 현실에 꼭 들어맞는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경선 파행 등으로 개혁·진보 세력에 대한 기대가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대통령후보로 옮겨갈 법한데도, 실제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가 최근 미미하지만 상승세를 이어가며 ‘대안카드’로 거론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시적 현상?=민주노동당은 일단 권 후보의 지지율 답보 상태가 “일시적일 뿐”이라며 ‘민주노동당 위기론’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공동 선대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은 “통합신당의 지지부진한 모습은 국민들이 ‘진짜 진보’를 가려낼 기회를 마련해줬다. 이번 대선은 ‘진짜 진보’(민주노동당)와 ‘진짜 보수’(한나라당)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현 상임 선대본부장도 “한나라당도 경선 뒤 한 달 가까이 조용하지 않았느냐”며 오는 14일 선대위 출범 후 권 후보의 본격적인 대선 행보가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가 ‘뜨는’ 것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문 후보의 정책과 내용이 드러나면 금세 가라앉을 것이라는 게 민주노동당의 표면적인 시각이다.
왜 안 뜨나?=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불안한 기색이 완연하다. “이대로 가면 대선·총선 모두 참패하고, 당은 이름조차 잊혀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여기엔 의석 9석의 원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국민에게 신선한 감동도 주지 못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당직자는 “‘국회로만 보내주면 노동자·서민의 세상을 만들겠다’고 호소해 원내에 진출했지만 ‘아! 이래서 진보정당이 필요하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미 국민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는데 또다시 지지를 바랄 수 있겠느냐”고 자조섞인 푸념을 했다. 탈이념화 추세 속에서 당의 정치노선이 대중적인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운동에 온 당력을 기울였지만, 찬성 여론은 50%를 넘었다. 권 후보의 평화·통일 공약인 ‘1국가 2체제 코리아연방공화국’도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사회 이슈가 분배보다 성장·경쟁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흘러가니, 민주노동당의 주장은 수세에 몰리고 전달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참여정부가 고전하면서 민주노동당도 덩달아 ‘같은 왼쪽’으로 인식되면서 동반 추락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에 세 번째 출마하는 권 후보의 ‘식상함’도 지적된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진보정당에서 같은 후보가 계속 나오는 건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권 후보의 안정감도 중요하지만, ‘민주노동당엔 권영길밖에 없느냐’는 의문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도 “보수 정당 후보인 이명박 후보조차 ‘탈여의도’를 외치며 새로움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권 후보는 ‘기성 정치인’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은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노회찬·심상정 의원을 내세워 권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생각이다. 이들의 대중성과 경제 비전을 강조해 ‘친근한 정책정당’으로 지지를 얻겠다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와 비정규직 철폐 홍보도 강화해 농민·비정규직 노동자의 표심도 끌어온다는 계획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권영길-문국현 최근 지지율 비교
왜 안 뜨나?=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불안한 기색이 완연하다. “이대로 가면 대선·총선 모두 참패하고, 당은 이름조차 잊혀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여기엔 의석 9석의 원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국민에게 신선한 감동도 주지 못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당직자는 “‘국회로만 보내주면 노동자·서민의 세상을 만들겠다’고 호소해 원내에 진출했지만 ‘아! 이래서 진보정당이 필요하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미 국민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는데 또다시 지지를 바랄 수 있겠느냐”고 자조섞인 푸념을 했다. 탈이념화 추세 속에서 당의 정치노선이 대중적인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운동에 온 당력을 기울였지만, 찬성 여론은 50%를 넘었다. 권 후보의 평화·통일 공약인 ‘1국가 2체제 코리아연방공화국’도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사회 이슈가 분배보다 성장·경쟁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흘러가니, 민주노동당의 주장은 수세에 몰리고 전달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참여정부가 고전하면서 민주노동당도 덩달아 ‘같은 왼쪽’으로 인식되면서 동반 추락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에 세 번째 출마하는 권 후보의 ‘식상함’도 지적된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진보정당에서 같은 후보가 계속 나오는 건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권 후보의 안정감도 중요하지만, ‘민주노동당엔 권영길밖에 없느냐’는 의문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도 “보수 정당 후보인 이명박 후보조차 ‘탈여의도’를 외치며 새로움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권 후보는 ‘기성 정치인’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은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노회찬·심상정 의원을 내세워 권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생각이다. 이들의 대중성과 경제 비전을 강조해 ‘친근한 정책정당’으로 지지를 얻겠다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와 비정규직 철폐 홍보도 강화해 농민·비정규직 노동자의 표심도 끌어온다는 계획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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