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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환경장관때 새만금 강행 “개발정책에 밀린 것 인정”

등록 2007-09-11 19:57수정 2007-09-12 00:45

한명숙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오른쪽)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박원순 변호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명숙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오른쪽)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박원순 변호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원순의 따져봅시다] 통합신당 경선후보 릴레이 인터뷰
17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한나라당에 이어 다른 정당들의 대선 후보 경선전도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겨레〉는 우리 나라 시민운동의 상징격인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대통령 예비후보들의 연쇄인터뷰를 통해 후보들의 생각과 비전, 정책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박원순의 따져봅시다
박원순의 따져봅시다
우선 지난 9일부터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경선후보 5명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후보들의 일정에 맞춰 한명숙-유시민-정동영-이해찬-손학규 후보 순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박원순 변호사)사무실 운영비는 어떻게 조달하나?

=(한명숙 후보)최소비용으로 운영중이다. 모두가 몸바쳐서 하는 사람들이라 돈은 크게 들지 않는다. 그래도 집 저당잡혔다.(웃음)

-구호가 ‘국민과 통하는 대통령’인데, 게시판 질문에 답변이 없더라.

=아직 담당이 정해져 있지 않은 탓인 것 같다.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 장관을 하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환경부 장관과 총리까지 했다. 분명한 색깔을 가진 정책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뚜렷한 것이 없다.

=초대 여성부장관을 하면서, 저는 여성부라는 새로운 집을 만들었다. 양성평등을 위해 인프라를 만드는 일을 했다. 모성보호관련법도 그렇다. 그것을 만들면 기적이라고 했다. 저는 반대하는 기업인과 세력을 설득해서 모성보호 3법을 만들어 냈다. 환경부장관으로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 때도 그렇다. 행정관료들은 100% 반대였다. 이 역시 만들면 기적이라고 했다. 저는 시민사회단체와 기업인들과 함께 모여서 수백 차례의 대화를 통해 특별법을 만들었다.

[박원순의 따져봅시다] 통합신당 경선후보 한명숙 인터뷰

[%%TAGSTORY1%%]

-기적을 두 번이나 만드신 셈이다.

=총리 시절 평택 미군기지 이전 협상도 그렇다. 미군기지 이전을 대화로 해결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저는 대화로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걸 보면 한명숙을 알 수 있지 않는가. 소통과 국민통합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명숙의 30문30답
한명숙의 30문30답
-새만금사업, 천성산 터널, 방폐장 건립 등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목숨걸고 반대하는 것들을 현 정부가 강행한 것이다. 당시 현직에 있던 환경부 장관으로서의 책임감은 느끼지 않는가?

=환경단체들은 어느 정부에 대해서도 환경정책을 잘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인식의 괴리가 크다. 참여정부의 환경정책이 개발정책 때문에 밀린 것은 안다. 저도 투쟁에 가까운 노력을 했다. 개발 위주의 경제부처들 사이에서 하나하나 끝도 없는 싸움을 해냈다. 그리고 새만금사업은 참여정부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문제는 아니다. 또 환경부장관이 사업의 결정권을 가진 장관은 아니었다.

천성산·방폐장 강행, 왜?
경제부처와 끝없는 싸움
사업결정권 내게 없었다

-2007년 5월28일, 총리로서 새만금 현장을 방문했을 때 “새만금을 반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저는 새만금 사업 자체를 반대한 적은 없다. 수질 문제가 심각해서 환경부 장관 위치에서 말한 것이다.

-‘방조제를 애초 계획대로 하면 수질이 악화된다’는 논리로 소극적으로라도 반대한 것이 아닌지.

=저는 순차개발로 유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하면서 갑문을 좀더 많이 만들어서 수질이 악화하지 않도록 하자고 내부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삼보일배 행진에도 참여했던 바가 있는데, 총리 인준 청문회에서는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참여가 부적절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삼보일배 현장에 간 배경은 환경 관련 사안이기에 해당 장관으로 그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제가 그 분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진이 찍힌 것이다. 제가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총리 재임중인 올해 8월19일에도 새만금을 방문해서 ‘새만금 내부개발 가속화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순간에는 이미 새만금의 물은 썩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하겠다고 말씀하신 것은 모순된다.

=제 생각에는 물막이 공사가 끝났고, 지금은 새만금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냐는 것이 관건이다. 제가 환경부장관 시절에 마련한 대책대로, 수질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시설을 계획대로 만들고 있어서 수질이 현 상태에서는 보전이 되고 있다고 보고 받았다. 현재 나와 있는 새만금특별법은 통과시켜야 한다. 물막이를 다시 터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별법은 9월중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사무실 운영비는?
돈 크게 들지 않아
그래도 집 저당잡혀

-생태와 개발의 조화를 말씀하셨는데 새만금 갯벌은 이미 사라졌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운하 공약을 공격하면서 자연재앙을 이야기하는데, 새만금과 대운하가 어떤 철학적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가. 새만금도 그에 못지 않은 생태와 환경의 충돌이었다.

=환경부장관을 지냈다는 이유로, 새만금 사업이 진행된 것을 한명숙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서는 생태계를 지키면서 개발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환경문제를 마지막으로 물어보자.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활동을 하겠다고 말하는데, 한국이 먼저 모범사례를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준비중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이라고 하지만 환경인식은 아직도 개발도상국이다. 기업의 이권 때문에 어디도 손 못댄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의무적인 이산화탄소 감축을 강행할 것이다. 미국에서 고어 전 부통령 등이 주축이 되어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경유버스를 천연가스 버스로 전환하는 일에 예산을 파격적으로 들이고, 수도권의 녹지공간도 현재의 3% 수준을 선진국 수준의 15%로 올려야 한다.

-한 후보가 환경문제나 여성문제에 대해서는 강점이 있는데, 아직 눈에 띄는 공약이 없다.

=정책선거로 가기 위해 저는 매니페스토에 앞장서고 있다. 참신한 각론적인 공약을 만들고 있다. 교육과 여성분야에서 매니페스토를 발표했다. 환경분야도 조만간 내놓을 것이다.

-지금 건설교통부에서는 ‘환경부를 없애자’는 말을 한다. 역발상으로, 저는 새로운 시대를 이야기하는 차별성이 있다면 정부 조직에 대해서도 큰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저는 ‘작은 정부냐, 큰 정부냐’라는 논의가 아니라, 21세기에 맞는 정부냐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재배치되어야 한다. 참여정부에서는 개발과 건설에 쏠렸던 예산배분을 복지쪽으로 돌리고 있다. 환경과 개발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에서는 재편이 되어야 한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최우선적으로 건교부, 산자부, 재경부 등 개발부처와 환경부가 ‘5대1’의 대치상황에 있는 구조부터 바꾸려 한다.

-경제쪽 질문으로 돌리자. 매니페스토에 보니까 영세자영업자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서 중산층으로 올린다고 했는데,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먼저 노동자들의 법정 근로시간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법정근로시간만 지켜도 250만개 일자리가 나온다고 하는데, 저는 현실적으로 100만개 정도는 만들어진다고 본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기초생활보장법으로 기초생활을 보장하고, 사회적 일자리로 공공근로를 도입했다. 공공근로는 가구당 평균소득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저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 한다. 정부가 투자해서 그런 사회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

-‘잡 쉐어링’(일자리 나누기)를 말씀하시는데, 법정 근로시간 지켜 일자리 늘리는 것은, 기존의 자원을 이용해 고용을 더 늘리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경제성장의 방안은 뭔가?

=중소기업이 굉장히 어렵다. 중국이 대안이라고 생각하고 중국에 갔다가 절반 이상이 망했다. 저는 개성공단을 비롯해 남북의 경제활로를 뚫어서 중소기업의 활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개성에 남쪽의 기계 공장이 들어가면, 배후산업체들이 남쪽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 시스템이 활성화하면 남쪽 중소기업들이 살고,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저는 창업에도 관심이 많다. 21세기 미래지향적인 직업에 대한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센터를 중앙과 지방에 만들어서 주민들에게 창업에 대한 아이템을 주고 싶다. 그러면 미래지향적인, 기발한 틈새 창업이 많아질 수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도 소상공인들에게 5천억원을 지원했다. 그래도 소상공인들은 애로를 겪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처음으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과 대책을 만들었다. 아직 태부족이다. 현재 재래시장 시스템을 그대로 놔두고, 지붕 덮고 시설 조금 개량해서 대형마트를 이길 수는 없다. 재래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대형마트가 입주할 수 있는 허용치를 주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재래시장도 완벽한 배달시스템과 정보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재래시장이 텔레마케팅도 하고, 홈쇼핑도 해야 한다.

-대형마트 입점제한법은 자본주의의 본질인 자유권을 침해할 수 있다. 중소기업 탈출구를 개성공단으로 말씀하시는데, 대북정책은 이미 정동영 후보가 전매특허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보다 자신이 낫다는 탁월한 것이 있나?

=대북정책이라면 우리 후보들이 거의 같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차별성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는 다섯 후보중 유일한 이북 출신 실향민이고, 이산가족이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디엔에이(DNA)가 있다. 이산가족 대책에 집중하겠다. 임기 5년 안에 남북의 이산가족 상봉을 완료하겠다. 70살 이상 고령자들이 이북의 고향땅 가서 성묘 한번 하고 싶다는 절실한 꿈을 풀어주겠다.

대북정책 뭐있나?
“내겐 평화 DNA있어 5년간 이산상봉 완료”

-이산가족 대책은 ‘어머니 같은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와 부합하는 것 같다.

=실향민들의 고향투자도 공약으로 내걸려고 한다. 고향투자 펀드를 만드는 것이다. 5천만원이나 1억원을 내서 자기 고향에 의료센터를 짓고 밀가루공장도 만들면 얼마나 의미가 있겠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여쭤보자. 최대 정치적 현안이 ‘친노 후보’ 3인의 단일화인데, 유시민 후보는 초반 4연전을 뛰어보고 정하자고 하는데, 한 후보의 대안이 궁금하다.

=저는 ‘친노 주자 단일화’라는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거인단과 당원에 의해 선택된 사람이다. 다만, 정책기조가 같고 지지층이 겹치니까 선거전략으로 단일화하자는 것이다. 저는 본선에 들어가기 전에 여론조사를 공정하게 실시해서 단일화하자고 했다. 유시민 후보 말처럼 본선에서 뛰어보고 결정하자는 것은 중도탈락이지, 단일화는 아니다. 단일화해서 힘있는 후보를 본선 초반부터 내세워야 한다.

-본인이 단일화 후보가 돼야 하는 근거는 뭔가?

=저는 세 사람을 놓고 단일화하자면, 국민들의 지지는 저에게 몰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분 다 훌륭하고 자질이 있는 분들이지만, 이해찬 후보나 유시민 후보는 국민적인 거부감이 크다. 무엇보다 초대 여성 대통령은 질적인 변환을 일으킬 수 있는 모멘텀이 된다.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지도력이 시대정신이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책의 방향 자체가 공통점이 있어서 정책연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 후보가 유한킴벌리라는 회사를 키우면서 살아온 궤적이 국민들에게 먹혀들고 있다고 본다. 문 후보가 국민적인 후원을 받기를 기대한다. 만약 문 후보가 선전한다면 문 후보와 연대하거나 어떤 형식으로든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 저는 단일화할 수도 있다. 문 후보가 잘됐으면 좋겠다.

동영상 인터넷 한겨레(hani.co.kr), 희망제작소(makehope.org)


새만금 집요하게 캐물어 “한계였다” 듣고야 말돌려
인터뷰 후기

“맹숭맹숭하게 하는 것보다는 공격적으로 나가는 게 좋겠지.”

9일 한명숙 후보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박원순 변호사는 다짐인지, 질문인지 모를 말을 내뱉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마디 의례적인 말을 주고받더니 바로 날을 세운다.

“홈페이지 들어가 보니 네티즌이 올린 정책참여 7건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주지 않았더라. 그래서야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겠나”라고 꼬집고 들어갔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일정에 쫓기다 보니…” 한 후보는 예의 사람좋아 보이는 미소로 얼버무리려 했다.

박 변호사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전날 새벽 2시 넘어서까지 ‘연구’했다는 새만금 관련 질문 보따리를 풀기 시작한 것이다.

한 후보는 처음에 “제가 오늘 새만금 사업을 중심으로 토론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기에 자세하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며 피해가려고 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가 재차 파고들어가자 얼굴의 웃음기가 싹 가셨다. 미소만 지어도 우리 몸의 650개 근육 중에서 231개가 움직인다고 하던가. 모든 근육에 급제동이 걸렸다. 항시 살짝 치켜올라가 있던 입꼬리도 한일자로 굳어졌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새만금 얘기만 30분 넘게 이어졌다. 주고 받은 질문과 답변 개수도 얼추 40개를 넘어섰다. “새만금 수질 문제와 관련해 상상도 못할 정도로 ‘개발주의자’들과 싸웠다. 그러나 못했다. 그게 우리의 한계다”라는 ‘자백’을 받고서야 박 변호사는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소재만 달리할 뿐 박 변호사의 까칠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명숙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없다. 필이 꽂히는 것이 없다”, “그래가지고 국민들에게 표달라고 할 수 있나”, “통합신당 여성의원들이 많은데 다들 다른 후보 진영에 가있다. 여성들조차 통합 못하는 것 아니냐” 등등 한 후보의 가슴에 잇따라 못질을 해댔다.

두 사람은 20년 가까이 알고 지내왔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특히 한 후보의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와는 각별한 사이여서, 집안 사정까지 속속들이 안다고 한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형수님’이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관계인 셈이다.

자리를 일어서며 박 변호사가 “적어준 것을 질문한 거니까, 너무 마음쓰지…”라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한 후보도 “제가 마음이 넓고 큽니다”라고 받았다.

하지만 한 후보는 인터뷰가 끝난 뒤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지, 참모와 담당기자를 통해 이것저것 많은 주문을 해왔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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