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들이 6일 밤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 출연해 서로 손을 맞대며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손학규-정동영 후보 사활 건 대치
국경추 권위 실추돼 접점찾기 난망
국경추 권위 실추돼 접점찾기 난망
한나라당에 이어 대통합민주신당에서도 여론조사 결과가 판을 가르게 될까. 5일 예비경선에서 여론조사로 웃고 운 손학규 후보 쪽과 정동영 후보 쪽이 본경선에도 여론조사를 도입할지를 놓고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대치에 들어갔다.
손 후보와 손 후보 쪽 김부겸 의원은 6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 잇따라 나와서 “여론조사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의원은 “반영이 안되면 판 깬다”는 말까지 꺼냈다. 정동영 후보 쪽에서는 김현미 대변인과 정청래 의원이 번갈아 국회 기자회견장을 들러 ‘여론조사 수용불가’로 맞섰다. 정기남 공보실장은 “바늘 한치 들어갈 틈도 없다”고 원천봉쇄했다.
손 후보와 정 후보의 예비경선 득표 내역을 살펴보면 양쪽이 여론조사에 사활을 건 이유가 자명해 진다. 본경선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선거인단 조사에서는 2339표 대 2207표로 정 후보가 132표를 앞섰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는 손 후보가 2460표 대 2274표로 186표를 앞서 결과적으로 손 후보가 54표차로 이겼다. 정 후보로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처럼 “투표에서 이기고도 여론조사 때문에 진 것”이다. 게다가 여론조사의 경우 1인당 2표 꼴을 준 셈이어서, 여론조사에 대한 ‘공포와 불안’은 극에 달해 있다. 거꾸로 손 후보로서는 여론조사의 도움 없이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손 후보 쪽은 여론조사에 모든 것을 거는 형국이다. 정봉주 의원은 “예비경선 득표상황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국민경선추진위원회(국경추)의 권위는 모두 무너졌다”고 경선 규칙을 정하는 국경추의 결정권까지 부인했다. 손 후보 쪽은 여론조사를 도입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해보자고까지 제안했다. 양쪽이 텔레비전을 통해 공개토론을 하고, 그 직후에 인터넷이나 전화응답(ARS)를 통해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위한 여론조사’다. 정 캠프에서는 꼭 여론조사를 하고 싶다면, 모바일투표로 대신하자는 주장으로 맞설 예정이다.
국경추의 권위가 무너진 상황에서, 여론조사 반영 여부는 결국 3명의 ‘친노 주자’들 선택에 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공교롭게도 3명의 태도가 엇갈린다. 이해찬 후보는 ‘절대 불가’이고, 한명숙 후보는 ‘수용 가능’이다. 마지막 남은 유시민 후보는 이날 오전 인터뷰에서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여론조사 도입에 대해 자신이 결정적인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경추는 7일 오전 11시에 다시 회의를 열어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국경추는 여론조사 문제에 대한 비난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선 시작 전에 결정을 못내린 채, 경기중에 규칙을 정하는 상황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이태희 강희철 기자 hermes@hani.co.kr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후보 쪽 우상호 대변인(왼쪽)이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러 회견장으로 들어서다 회견을 마치고 나서는 정동영 후보 쪽 김현미 대변인과 악수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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