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국회 부의장(왼쪽부터),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강두 중앙위원회 의장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강재섭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후보, 공개의무 없는 자료·건보료 납부내역도 내놔
한나라당 경선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18일 신상 자료 전격 공개를 통해 이명박 후보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 후보 진영에선 ‘정치공세’라며 의미를 깎아내렸으나, 검증 국면을 ‘자료 유출 국면’으로 몰고가려는 전략에 뜻밖의 복병을 만난 상황이 됐다.
박 후보 쪽이 이날 공개한 자료엔 지난 6월 당내 검증위원회에 제출한 재산·범죄·납세 내역을 비롯해 경선 후보로선 공개 의무가 전혀 없는 자료들이다. 이 후보 쪽에서 ‘공개는 사생활 침해’라며 발끈했던 주민등록 등초본, 호적등본은 물론, 정수장학회 시절 체납 논란이 일었던 건강보험료 납부내역도 모두 내놓았다.
이 후보 쪽이 사생활 문제라며 주민등록초본의 불법 유통을 맹비난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주민등록초본과 호적등본을 공개한 데엔 나름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 도덕성 시비가 일고 있는 이 후보를 향해 ‘나는 떳떳하다’는 과시인 동시에, ‘나도 밝혔으니 너도 밝히라’는 압박인 셈이다.
이명박 후보 쪽은 박 후보의 행동을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물타기’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 후보 쪽은 더 나아가 “(이 후보의 자료 공개가 당연하지 않냐는) 범여권 추임새에 박 후보 쪽이 ‘좋다’고 화답하는 꼴”이라며 범여권과 박 후보 진영의 관련설을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후보 쪽이 개인정보를 스스로 공개하지 않은 채 ‘이명박 흠집내기식 정치행태’라고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이 후보 쪽 장광근 대변인은 “선거 등록기간(11월 23~24일) 이후 법률이 정하는 모든 자료가 선관위에 제출돼 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돼 있다”며 “우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신상명세를 공개하겠다는 것이지 공개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는 투표일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라 사실상 검증이 어려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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