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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노대통령 나한테 관심끄고 지탄받는 산하기관 독려를”

등록 2007-06-11 11:32수정 2007-06-11 11:55

이명박 전 서울시장 /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이명박 전 서울시장 /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 인터뷰 / 박찬수 정치부문 편집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0일 노무현 대통령의 비판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검증 공세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비판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이쯤에서 (나에 대한 공격을) 끝내줬으면 좋겠다”, “스스로 자화자찬하지 않더라도 역사는 올바르게 평가한다” “나한테 관심 갖지 말고 현장을 좀 다녔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선거 중립이 훼손되면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경고’까지 했다.

또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부르는 보수 진영 평가에 “경제를 실패했다는 점에서 그렇다”며 “(특히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후반기 5년(노 대통령 집권기간)에 더 일어났다. 후반기에 와서 지역, 계층, 이념간 갈등이 다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인터뷰는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을 찾은 이 전 시장을 박찬수 정치부문 편집장이 만나 현안을 묻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정리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검증 논란]
“박근혜쪽, 여권의 분열공작에 놀아날 수 있다”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검증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 쪽은 비비케이(BBK) 및 다스와의 관계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국민도 잘 이해 못한다.

=문제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증거를 갖고 나와야 된다. (박 전 대표 쪽은) 한반도 대운하도 수자원공사 자료를 갖고 나를 공격하고, 8천억원 (명의신탁) 재산설도 여당에서 나왔다고 본인들 스스로 얘기했다. 모든 자료를 여당에서 나온 걸 갖고 얘기한다. 나는 지금 본선에 이기기 위해서 경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상대는 경선에만 이기려는 경선을 하자고 하는 것 같다. 우리는 본선에서 이기기 위해 경선을 하는 것이지, 경선만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다. 당에 검증위원회가 생겼는데도 자꾸 폭로부터 하면 검증위 역할이 없어진다.


-비비케이 등 여러 의혹들에 대해 설명해 달라.

=그 사항들은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된 바 있다. 서울시장 재임 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엄격한 검증을 받았다. 민간기업에 있던 사람이 뭐가 두려워 8천억원을 남의 이름으로 해놓나.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그렇게 적당히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대기업 자체 검증이 더 무섭다. (박 전 대표 쪽이) 상식에 맞는 이야기를 해야지.

-항간에는 (1987년 이 전 시장의 친형-이상은과 처남-김재정이 공동 설립한 현대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에 이 전 시장 돈이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다스는 내가 (현대) 재임시 정주영·정세영 두 분이 (자동차 부품) 국산화 계획에 의해서 한 것이다. 오죽하면 그 공장을 현대건설이 지었겠나. 형님 이름이든 누구 회사든 내가 대기업 최고경영자인데 그게 비밀로 해서 될 수 있나?

-다스가 비비케이 펀드에 190억원을 맡기는 과정에 이 전 시장이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검찰에서 비비케이와 이명박은 관련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고, 금감원에서도 나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

-다스가 비비케이 펀드에 가입할 때 이 전 시장이 권유한 건 아닌가?

=나는 그렇게 한가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아보니까 (비비케이 한국지사장인) 김경준이 다스 사장과 직접 만나서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나중에 문제가 된 뒤에야 알았다. 나는 금감원이 김경준을 조사하는 걸 보고 뭔가 낌새가 좋지 않다고 생각해 김경준에게 “조사받는 게 뭔지 분명히 밝히라”고 했다. 김경준은 “내 회사인데 왜 그러냐”고 했다. 그게 전부다.

-박 전 대표 쪽의 의혹 공세가 금도를 넘었다고 보나?

=넘고 있다. 지금 넘으려 하고 있다. (여권의) 한나라당 분열 공작에 우리도 모르게 놀아날 수 있다.

-박 전 대표 쪽과 여당 쪽의 커넥션 같은 게 있다는 뜻인가?

=(여당의) 야당 분열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증거는 없지만 ….

-박 전 대표 검증 문제도 당 검증위에 맡겨야 한다고 보나?

=현재까진 일체 우리가 굳이 맞받아서 (박 전 대표) 검증을 요청하진 말자는 것이다. 경선이 끝난 다음에 본선에 대비해 서로 화합하고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우리 (캠프) 사람들에게 그렇게 당부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이명박 전 서울시장 /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노대통령 발언]
“나한테 관심 끄고, 지탄받는 산하기관 독려를”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일 원광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자리에서 이 전 시장을 겨냥해 “‘노명박’(노무현 + 명예박사)처럼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하길래, 처음에는 ‘설마’ 하고 다시 알아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이 너무 걱정 안 해도, 자화자찬 안 해도 역사는 올바르게 평가된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노 대통령이) 할 일은 안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에 전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한테 너무 관심 갖지 말고 국무위원들 챙기고, 많은 지탄을 받고 있는 산하기관 현장에 다니며 독려했으면 좋겠다. 대통령도 헌법 아래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노 대통령이 요즘 왜 이 전 시장을 비판한다고 보나?

=노 대통령도 속마음은 나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그런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과 싸울 이유가 없다. 노 대통령은 나와 정치적 인연이나 악연이 있는 사이도 아니다. 이쯤에서 끝냈으면 좋겠다.

-보수 진영에서는 1987년 이후 특히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평가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맥락에서 김대중 5년과 노무현 5년을 평가한다면.

=어려운 질문인데, 지난 10년이 한 맥락으로 연결되어 왔다고 보지만, 한편으론 김대중 5년, 노무현 5년이 차별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경제가 침체됨으로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을 썼다. 일본이 그렇다고 해서 민주화가 후퇴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세계 경제가 좋을 때 그렇게 했다는(경제가 후퇴했다는) 관점이 있고, 그 와중에 너무 분열·갈등이 심했다고 본다. 최대의 분열과 갈등이 10년간 일어났고, 특히 김대중 정권보다도 후반기의 5년에 더 (분열과 갈등이) 일어났다.

[한반도 대운하]
“하고싶다고 억지로 되나…집권하면 한번 더 검토 ”

이명박 전 서울시장 /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이명박 전 서울시장 /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반도 대운하 구상과 관련해, 식수원 오염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한반도 대운하는 미래 수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수자원을 확보하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독극물 싣고 가는 배가 뒤집히면 어떡하냐’고 하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법에, 상수원 있는 도로에 독극물 운반차량은 갈 수가 없고, 독극물 실은 배는 (운하에) 못 간다. 울산 태화강, 경북 형산강은 준설 뒤에 생태계가 복원되고 홍수조절까지 됐다. 건교부 감사 보고서에도 ‘강은 준설하는 게 도움된다’고 나와 있다. 한반도에 물길을 제공하면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집권한 뒤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가 많아도 꼭 추진할 생각인가?

=한반도 대운하는 민자사업으로 하고 정부 예산을 안 쓴다는 전제로 할 것이다. 민간에서 대운하 사업을 하겠다고 서류를 제출하면 타당성과 환경영향 평가를 받아서 결정할 것이다. 누가 하고 싶다고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다 절차가 있다.

-올해 하반기에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나?

=국익에 도움되면 남북 정상회담을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못 될 것으로 예측한다. 자칫 연말 대선 전략에 악용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에게 엄정한 입장에서 공정한 대선 관리를 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오늘(10일)이 6·10 항쟁 스무돌이다. 지난 20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6·10 항쟁이 산업화 속에 민주화를 이루는 데 중요한 몫을 했다. 지금은 민주화의 질적 성장도 해야 하지만, 세계화 속에서 다시 경제를 살려야 하는 새로운 시대다. 세계의 추세에 맞는 6·10 정신이 필요하다.


시원시원한게 답변, ‘검증’ 질문엔 격앙

약속시간을 약간 지나 안국포럼 사무실에 온 이명박 전 시장은 질문을 받자마자 시원시원하게 답변을 해 나갔다. ‘이명박씨가 노명박(노무현+명예박사) 만큼만 잘하면 괜찮다는 노무현 대통령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물음에 이 전 시장은 “누가 나한테 그런 얘기를 전하길래 처음엔 ‘설마’ 하고 다시 알아보라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예전보다 훨씬 강한 톤으로 노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그리 흥분한 기색은 아니었다.

그러나 질문이 한나라당 검증 논란에 이르자 그의 언성이 높아졌다. “문제 있다고 한 사람이 근거를 들이대라”, “대답할 필요도 없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검증을 받았다”고 말하는 등 박 전 대표 진영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격앙된 표정으로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자, 주호영 비서실장이 “‘다스’ 부분에 대해선 좀더 해명을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제서야 이 전 시장은 감정을 좀 누그러뜨린 뒤 조목조목 반박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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