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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욱 전북지사는 왜 오락가락 했을까?/박임근

등록 2006-04-06 13:45수정 2006-04-07 09:59

강현욱 전북지사
강현욱 전북지사
[현장리포트]
‘현장리포트’는 <한겨레>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보고 들은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독자 여러분께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겨레> 기자들은 온라인 ‘현장리포트’를 통해 뉴스를 압축해 전달하는 종이신문에서는 담지 못했던 숨겨진 뉴스와 주변상황, 그리고 현장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점들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펼쳐놓을 것입니다.



강현욱 지사 “불출마→출마→불출마” 선언 거듭

강현욱 전북지사가 지난 4일 결국 5·31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후보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불출마→출마→불출마 등 혼미를 거듭한 상황은 일단 끝났다.

그러나 강 지사는 깔끔하지 못한 처신으로, 1965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부산체신청, 경제기획원, 국회의원, 환경부장관, 농림부장관, 도지사 등 화려했던 40여년간의 화려했던 공직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퇴장하는 데 흠집을 남겼다. 어차피 지방선거 불출마 행보를 선택할 것이었다면, 그가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 지사는 몇차례 불출마를 발표할 적당한 기회가 있었다. 2002년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비리 의혹과 관련한 선거캠프 참모 등의 항소심 판결이 유죄로 나왔을 때(2월10일), 새만금사업과 관련해 대법원이 사업추진 찬성 쪽으로 판결했을 때(3월16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고건 전 총리를 만났을 때(3월23일) 등이 불출마 선언의 적기였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재선의 이원종 충북지사(한나라당)의 행보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 지사는 신년 벽두인 올해 1월4일 “훌륭한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지사는 당시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과반수를 넘어 다른 후보군을 압도적으로 앞질렀다. 이 지사는 박수칠 때 떠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원종 충북지사의 불출마선언은 “박수”

그렇다면 강 지사는 왜 오락가락했을까? 지역정가에서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강 지사 선거캠프간의 사이에서 강 지사가 고민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 지사는 정동영 의장과 고건 전 총리를 만난 3월23일 지방선거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불출마에는 강 지사 부인 박선순씨 등 가족들이 완강하게 반대했던 것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의장 및 고 전 총리와의 회동에서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한 강 지사는 이날 본선 불출마를 언급했다. 이는 친 정동영계로 알려진 이승우 전북도 정무부지사의 표현에서도 나타난다.

이 정무부지사는 지난 4일(강 지사의 지방선거 불출마 발표가 있었던 날) “3월23일 두 분(정 의장과 고 전 총리)을 만난 뒤 (본선) 불출마 발언을 했으나, 오후에 뒤집히고 (다음날인) 24일 새만금전시관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본선불출마가 경선불출마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을 만난 뒤 본선 불출마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강 지사는 왜 오락가락 했을까?

본선 불출마설이 나오자 강 지사 선거캠프 쪽은 발칵 뒤집혔다. 여론조사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선거캠프 쪽은 강 지사를 적극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새만금사업이 본격 추진된 3월24일 전북 부안에서 강 지사는 열린우리당 전북도지사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강 지사는 당시 자신이 그동안 주장했던 종이당원(이름만 당원으로 올라간 당원)과 당비대납 문제를 언급했다. 강 지사는 “선관위를 통한 종이당원 선조사 등 저의 주장만 계속한다면 경선지연이 불가피해질 것이고 열린우리당의 정치일정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이는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 지사는 향후 거취와 관련해 “도민들의 뜻에 따라 3월 말까지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일요일인 4월2일 전북도지사 관사에는 강 지사 지지자들이 모여 들었다. 강 지사가 지방선거 불출마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을 감지한 일부 지지자들이 출마 쪽으로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강 지사는 2일 저녁 선거 핵심참모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출마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지사가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던 3일에도 지지자들이 몰려왔다. 약속과 달리 불출마 선언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결국 기자회견은 4일로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전북도는 3일 오후 5시30분께 강 지사의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강 지사는 이승우 전북도 정무부지사를 통해 불출마 선언을 했다. 공식 입장이 하루도 안되서 뒤바뀌었다.

이런 과정에서 강 지사 선거캠프 쪽은 열린우리당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한마디로 열린우리당이 회유와 압박을 가해 강 지사가 출마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황석규 전북도의회 의원은 4일 “(강 지사 본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승우 전북도 정무부지사를 통해 불출마 선언문을 배포하는 것은 정치·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군사독재 정권에서도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황 도의원은 “3일 오후 5시에 이형규 행정부지사 등 전북도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북도 공보관이 강 지사 출마를 3~4번이나 거듭 확인했다”며 “강 지사 본인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황 도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불출마를 선언하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강 지사를 위해 올인한 것이다. 강 지사 지지자들도 “출마를 한다고 신문(4일자)에 다 보도가 됐는데, 정무부지사가 불출마를 발표하니 믿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강 지사는 휴가를 내고 잠적한 뒤 5일에도 캠프 쪽에 제대로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을 놓치면 죽는다’ 두 정당의 지역적 특수성

전북은 11명 지역구 국회의원이 모두 열린우리당 소속이다.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밑바닥을 헤매고 있지만, 전북은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그나마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은 전북에서 자기당 소속 광역단체장을 만들어 분위기를 반전하고 싶어 한다. 정동영 의장의 정치적 고향도 전북이다. 그런데 인지도가 높은 강 지사가 탈당을 하고 출마(무소속 또는 민주당)하면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북에서 교두보를 구축하려는 민주당은 발끈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력이 많은 강 지사가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 전략공천할 방안을 모색해왔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5일 “강 지사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과 행방불명 경위 등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4월3일 오전 10시에 발표 예정이었던 강 지사의 출마기자 회견문 공개 △강 지사를 만나기 위해 4월2일 전주에 온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칙사 공개 △강 지사 행방불명에 대한 전북도의 소명 등을 촉구했다.

박임근 기자
박임근 기자
어쨌든 강 지사는 불출마를 선택했다. 지금까지 자신을 믿고 도와준 측근과 주변사람들에게는 불출마 선택이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결정권이 자신에게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여러차례 결정을 번복한 수장의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주/<한겨레>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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