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29일 공식 출범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첫 비대위 회의에서도 지난 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 때처럼 내부 단합을 강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이날 오전 당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 10명의 임명 절차가 끝난 뒤 오후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한 위원장은 “농구에서 ‘피벗 플레이’라는 걸 한다. 한 발 지탱하고, 다른 발을 움직여야지 두 발 다 움직이면 반칙”이라며 “우리는 동료 시민과 나라를 위해 반드시 이기기 위해 모였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을 다 동원하겠지만, 그럼에도 한 발은 반드시 ‘공동의 선’이라는 명분과 원칙에서 떼지 않겠단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발 다 떼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플레이하면 민주당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오늘이 총선 103일 전인데, 우리는 소수당이고 상대는 똘똘 뭉쳐 있다. 똘똘 뭉쳐 총선용 악법을 통과시키는 것에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국회 통과를 주도한 민주당을 겨눈 것이다. 또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돼 있고, 우리끼리 내부 권력에 암투할 시간과 에너지는 없다”며 “그럴 시간과 에너지로 동료 시민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들어 설명하고 상대 당의 왜곡 선동에 맞서자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우리 내부에서 궁중암투나 합종연횡 하듯이 사극을 찍고 삼국지 정치를 하지 말자”며 “사극은 어차피 늘 최수종 것이고, 제갈량은 결국 졌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내년 4·10 총선의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과 여의도연구원장에 판사 출신의 초선 장동혁 의원(충남 보령·서천)과 홍영림 전 조선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각각 임명했다. 한 위원장은 이르면 다음주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하고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 첫 회의 뒤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국회 당대표실로 찾아가 취임 인사를 나눴다. 장외에서 서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던 두 사람은 상견례에서는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덕담을 나눴다. 이 대표가 “악수나 한번 할까요? 사진 먼저 찍을까요?”라며 두 사람이 나란히 선 배경(백드롭)엔 “김건희 특검 대통령은 수용하라”고 적혀 있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여당과 야당 대표로서 다른 점도 많겠지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크게 보고 있고 건설적 대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해 민주당은 가치적으로 대립되는 게 아닌 한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한 여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얘기는 오고 가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한 위원장은 상견례 뒤 기자들에게 “그 법은 총선을 그걸로 뒤덮고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겠다는 명백한 악법”이라며 “그 법에 대한 거부권은 국민을 위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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