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자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현 전 방통위 상임위원. 연합뉴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자 신분에서 7일 사퇴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7개월7일 동안 방통위 상임위원 내정자로 있었다”며 “임명을 못 받았는데 ‘사퇴’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내정자라는 말을 제 이름 뒤에서 떼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몫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자로 최 전 의원을 추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7개월이 넘도록 임명을 거부했다. 최 전 의원이 통신사업자를 회원사로 둔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 출신이라는 점과 정치적 편향성이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데 이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 해석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을 두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대통령 추천 몫 위원 2명, 국회 추천 몫 3명(여당 1명·야당 2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대통령이 추천한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방통위원 두 명으로만 파행 운영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법제처 유권 해석이 6개월이나 걸릴 일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행태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부적격이면 부적격이라고 이야기해야지, 부작위 상태로 7개월 가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하루하루 손발 묶인 상태에서 7개월을 보냈고, 흑과 백이 분명해지는 시간을 기다렸다”고 밝혔다.
최근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이른바 ‘패키지 처리’를 언급한 데 대해, 최 전 의원은 “제가 방통위 들어가서 방송 독립과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해서 기다려왔으나, 그 일을 위해 민주당이 저를 넣기 위해 있을 수 없는 딜은 하지 말아달라고 (민주당에) 말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동관 위원장은 “(국회에서 방통위원 후보자) 두 분을 추가로 추천하게 돼있지 않나”라며 “국회 추천 몫 세 분이 올라오면 패키지로 처리하는 거로 협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중립성·독립성 논란이 일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야당하고도 그 논의(패키지 처리)를 했다는 거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제가 직접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듣고 있다는 말씀이다”라며 “저희 지도부 쪽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거로 안다”고 답했다. “저희 지도부가 누굴 말하는 거냐”는 물음에 이 위원장은 “여당 지도부”라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은 “처음 방통위에 들어가려 했을 때와 상황이 다르다. (야당 추천) 김현 위원과 2대 2로 방송 장악에 합법적으로 맞설 수 있었으나 (2인 체제로 운영되는) 지금은 제가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8일 의원총회에서 이동관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 소추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대통령이 추천한 2인 체제가 위법하다는 점 등을 탄핵 사유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임기가 만료된 김현 전 방통위원은 한겨레에 “이동관 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기 때문에 방통위원이 제대로 임명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하는데 방임했다는 점에서 탄핵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은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그는 “민주당에 복당할 계획이다. (저는)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의 산증인이자 희생자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노력을 다해 윤석열 정권과 맞서 싸우겠다.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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