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점진적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생·고령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을 손질하는 ‘모수 개혁’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연금체계 전반의 구조를 뜯어고치자는 취지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수 개혁은 국민연금 기금 소진을 일정 기간 늦추는 ‘반쪽짜리 개혁’에 불과하다”며 △국민연금 운용 방식을 ‘부과식’에서 ‘적립식’으로 단계적 전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점진적 통합 방안을 제시했다.
‘부과식’은 퇴직자가 받을 연금을 그때의 일하는 세대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현재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2055년 이후 적용될 수 있다. 여기엔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반면 ‘적립식’은, 노동자가 일하는 동안 연금을 적립한 뒤 노후에 돌려받는 방식이다. 유 의장은 “세대 간 형평성을 위해 연금개혁 이전 가입분에는 현행 제도를 적용하고, 개정 이후 가입분에는 새로운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서 “미래세대 준비를 위해 확정기여방식(DC, Defined Contribution, 납부한 보험료에 비례해 연금을 돌려받는 것) 전환 논의 시작”을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현재 국민연금 지급액은 자신의 낸 보험료에 비례해 돌려받는 급여(비례급여)와, 보험료와 무관하게 국민 누구나 지급돼 소득재분배 기능도 있는 급여(균등급여, 확정급여방식)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정부안은 이 가운데 후자를 없애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를 국민의힘 구상과 연계해 보면, 정부·여당은 국민연금을 완전소득비례 방식으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이와 함께 제시한 국민연금·기초연금 통합은, 국민연금 제도로는 노후를 충분히 보장받기 어려운 노인들을 고려해 ‘보편적 기초연금’을 도입하자는 취지다. 현행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이하인 경우 국민연금 급여액에 따라 차등지급받는다. 유 의장은 “모든 어르신에게 일정한 연금 수준을 보장하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의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에 새로 편입되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보호할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숙제”라며 “모수 개혁만 말하는 건, 적은 돈을 내고 연금을 많이 받아가는 ‘기득권 지키기’”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