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보험료율·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 등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이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의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늘려 연간 운용 수익률을 현 수준보다 1%포인트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지 않을 경우 쌓아둔 기금에서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시기가 멀지 않아 공격적 투자가 쉽지 않으며, 수익률 변동폭이 클 경우 공적 연금에 대한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발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통해 재정 안정과 미래 세대 부담 완화를 위해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전문가 자문 기구인 복지부 산하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예측한 2023∼2093년 연평균 기금 운용 수익률 4.5%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겠다는 의미다. 2013∼2022년 국민연금 기금의 연평균 운용 수익률은 4.7%이다. 복지부는 기금 운용 수익률이 1%포인트 오르면 현재 월 소득 대비 9%인 보험료율을 2%포인트 인상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노동자·사용자·지역가입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국민연금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가 결정하던 투자자산 배분을 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로 넘길 방침이다. 기금운용위는 20년 장기 목표 수익률과 위험자산 투자 비율 등 큰 틀의 방안만 제시하고, 자산군별 구체적인 투자 비중은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기금운용본부가 정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47.9%였던 해외투자 비중을 2028년까지 약 60%로 늘리고, 대체투자 전문 인력도 내년부터 대폭 채용하기로 했다. 앞서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기금운용발전 전문위원회는 지난달 재정추계위 보고서 공청회에서 “캐나다·미국 등 선진국 공적 연기금의 위험자산 비중은 60% 이상인 반면 국민연금은 주식·채권 모두 국내 비중이 과도하다”며 해외·위험자산 투자를 늘리자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 목표만큼 기금 운용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의견이 갈린다. 이찬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변호사)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대폭 인상하지 않는 이상 머지않아 (연금 지급을 위해 쌓아둔) 기금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운용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 주식·채권 투자 비중을 단시간에 줄일 경우 자산시장에 미칠 충격 역시 만만찮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수익률 1%포인트를 올리려면 기금 대부분을 해외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며 “(이런 조정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 및 국채 가격 하락에 따른 정부의 이자 부담 증가 등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반면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경제학)는 “위험자산에 적극 투자하는 노르웨이·캐나다 공적 연금 등은 국민연금보다 연 평균 1%포인트 이상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며 “해외 주식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 1%포인트 정도의 수익률 제고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 기금 운용 수익률의 변동성도 커진다.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로 지난해 수익률은 마이너스 8.28%를 기록했다.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의 한 위원은 “국민 노후 안전망인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에서) 큰 손해를 내면 공적 연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심의위 회의에서도 많이 나왔다”며 “정부 계획대로라면 (기금운용본부) 민간 전문가의 결정 권한이 커지는데 손실 책임을 누가 질지도 모호해진다”고 전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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